-
-
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네가 나를 떠나면...크리스털 하나 김의 장편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해외에 있는 작가의 우리나라 전쟁 시기 어쩌면 역사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다른 유명한 신문과 비평가의 평들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가슴아프다, 전쟁과 가족, 운명적인 사랑, 갈등을 능숙하게 영어는 것, 전쟁의 상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는 평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이 시대에 살아가야 했기에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한 여자라고 생각하면 조금 서투른 표현일까? 다만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한정적이라는 것,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 한정적이라는 말은 똑같은 것 같다. 다만 선택지의 보기만 달라질 뿐이 아닐까?

이야기의 시작은 1951년이다. 해미와 지수, 그리고 경환 . 이렇게 세 사람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가정과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 그리고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겨놓은 것들, 6.25 전쟁 후 겪게 되는 삶의 피곤함을 겪어야 하는 해미에게 지켜야 할 아픈 동생 연기가 있고, 특별한 기억을 나눌 경환이 있다. 하지만 해미가 선택한 건, 경제적인 윤택함. 함께 하던 경환을 두고 자기를 선택한 지수와 결혼하고, 4명의 아이를 낳으며 50년대, 60년 말까지 버텨낸다.
각자 선택의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지수가 선택한 것도 끔찍하게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었고, 경환이 떠난 재미를 바라보며 다른 여자와의 삶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것도 다 그 중심에는 자신이 있다. 해미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해미가 정말 원한 건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자기가 괜찮을 때만 아이들에게 넉넉한 엄마.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단히 자리잡고 하고 싶었지만 비어있는 것 같은 그녀의 삶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손길, 내 어깨를 쓰다듬는 낯선 이의 손길이 나를 묶던 밧줄을 풀었다. 수년간 나는 내 갈망과 준노와 후회를 묶어 두었다. 마침내 나는 울음과 함께 그 말들을 터뜨렸다. 내가 너무 늦었다고. 해미가 죽었다고. 사납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해미가 영원히 가버렸다고.
해미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경환이 마음을 보면서 자기가 잡지 못한 사람인 해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다시 보게 된다. 그냥 문득 이렇게 지킬 수 없다면,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나이든 생각을 하나 싶어서 씁쓸했다.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를 떠났다. 그녀는 미끄러졌다. 삶을 놓아버렸다. (중략)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는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우리 넷은 밤에 꽃잎을 오므리는 꽃처럼 하나가 되었다. 혼자 떨어진 아버지는 애절한 도끼질을 반복했다. 경환삼촌은 사라져서 수도를 떠도는 유령이 되었다. 우리가 함께 쓰는 방에서 자기 전에 들려주던 내 동화는 줄거리가 바뀌었다. 이해미는 여전히 천국에서 온 여신이지만, 결국 그녀는 이름도, 삶도, 여성도 완전히 뺏길 수 있는 이 세상에 살 운명이 아니었다.
마지막, 해미의 죽은 모습을 발견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도 마음아팠다.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그 아이들이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엄마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이 소리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저려왔다. 내가 아팠을 때 아이에게 이렇게 사라져버리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기를 썼다는 기억 때문이다. 주인공 해미는 무엇이 그렇게 마음을 다 차지하고 있었을까?
남겨진 남편 지수, 사랑을 잃은 경환,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서, 해미의 마지막을 여러번 다시 셍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1950년대의 상황과 함께 말이다. 역사가 우리에게서 사라지는 것 같지만 우리에게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것처럼, 해미도 가족에게 그렇지 않을까?
책장을 덮으며 '네가 나를 떠나면'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