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건 의미가 특별하다고 해야할까? 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시작과 끝이 있다. 그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과 마지막을 맞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모든 일에서 마지막의 의미는 참 깊고도 가슴 저민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실 조정래 작가가 쓴 젊은 사랑 이야기라는 것도 낯설었고, 그 사랑을 짐작하는 게 어려웠다. 나는 이런 사랑을 한 적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라는 의미보다는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까?’가 더 적당한 의미인 것 같다.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 한 사람을 책임지겠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고,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그 사람을 위해서 ‘나’의 미래도 접어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리꽃 2편의 시작은 아픈 윤소인을 데리고 함께 장흥 가지산 보림사 부근에 통나무 집을 얻은 이재이가 함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암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치료한 후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몸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 다행스러운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암을 발견했을 때 이미 ‘몇 개월 남았습니다’ 이런 말을 듣게 되니 말이다.
‘별이 있고, 바다가 있고, 숲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했던 재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지혜가 서린 산에 있는 보배로운 숲의 절’이라고 하는 보림사에서 마음과 몸을 보양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던 소인은 어느날 부처님이 자신에게 손을 뻗은 상태에서 말을 하는 꿈을 꾼다. 재이가 그걸 보고 완쾌된 거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윤소인을 사랑하는 마음인지 절로 짐작이 간다.
재이는 윤소인이 병을 낫게 되기를 기도하면서 한쪽에 매일 36개씩 ‘완쾌되기를’이라는 글짜를 썼고, 그런 수첩이 자그마치 4권이나 되었다. 정말 누군가를 마음을 다해 사랑해야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윤소인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화실을 마련하고 부지런히 몰두해서 그림을 그리도록 마련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모든 걸 다해줄 수 있는 게 참 부러웠다. 내가 받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특별한 마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실패했다고 힘들어하던 소인은 쓰러졌고, 다시 재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 6개월이 남았다면 우리는 무얼 하게 될까? 소인이 선택한 건 보고 싶은 그림들을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파리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반 고흐의 그림을 보기 위해 떠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