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 ㅣ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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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힘들 때나 우울할 때,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을 때 그리운 곳이 있다. 어떤 사람은 번화한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상점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사는 걸로 그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고요하고, 따뜻한 이런 트릉카 다방 같은 곳을 원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골목 끝에 있는 트릉카 다방. 약간 어둡고,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는 곳. 마스터의 커피 맛이 정말 좋다는 건 가장 기대되는 찻집의 우수 조건이다. 기억을 건넌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내가 가진 오래된 기억을 찾아내는 것일 수도 있고, 힘든 기억들을 내려놓고 위로를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트릉카 다방 같은 곳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자주 가는 카페가 있고, 그냥 차만 마시러 가기보다 무언가 쓰거나, 책을 읽기 위해서 가는 카페도 있다.

트릉카 다방을 사랑하는 사람 중 주인공은 세 명이고 그 세 명의 이야기가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고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맨 처음 이야기는 치요코 할머니로 시작된다. 남편의 불륜 문제로 힘들었던 때 근처를 헤매면서 걷고 있다가 우연히 만난 트릉카 다방.

벽은 거무죽죽한 벽돌색에다 테이블도, 카운터도, 아무튼 가게 안에 있는 집기들은 한결같이 너무 오래 쓰고 손때가 묻어 흐릿한 램프 불빛 아래 반질반질 윤이 나는 지경이었지요. 집기들과 마찬가지로 오래되고 낡아빠진 스피커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곡이 아주 작은 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마스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는 어떤 할머니가 혼자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그 할머니가 은퇴한다는 말에 마스터가 사들여서 지금의 트릉카를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하나같이 낡은 거였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었지요.

나는 트릉카의 분위기와 마스터가 내리는 커피 맛에 대번에 푹 빠져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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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뒷골목 풍경을 보면서 마스터의 진짜 커피, 느긋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다 보면 흐트러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것 같다고 첫 번째 주인공인 치요코 할머니가 말하는 것을 보고 트릉카 다방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봤을 때, 스스로 선택하거나 얻었다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지요. 그저 환경에 따라, 주변에 떠밀리듯이 정해진 길을 걸어왔을 뿐이지 않은가?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많은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렇게 혼자 남아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고 있을 뿐....

결국 나는 누구의 마음에도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건 아닐까요?

그렇게 누구의 마음에도 살지 못했던 내 인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할머니가 다방을 오가며 만나는 사람, 그리고 사건들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20살 젊은 처녀인 할머니가 좋아했던 사람을 다시 트릉카 다방을 통해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 사람도 자기를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 중간중간에서 만나는 격언 같은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두 번째, 그물나무의 우울 이야기에서는 트릉카 다방 마스터의 딸인 시즈쿠를 지키는 친구 고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7살 청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MZ세대 이야기를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보지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시즈쿠와 고짱을 보면서는 젊은 청춘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고, 예뻐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 보게 되는 세상과 젊은 이가 보게 되는 세상은 참 많이도 다르다. 그런데 우리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 왔다는 걸 시즈쿠와 고짱을 보면서 느끼게 되고 그래서 빙긋 웃게 된다.

세 번째, 함께 하던 엄마가 떠난지 3년이나 지났는데, 바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아야코. 엄마가 해주던 말이 참 오래 생각이 났다.

“네가 그렇게 결정한 거라면 엄마는 응원해. 넌 어딜 가도 잘 지낼거야.”

그림을 그리지만 원하는 그림이 맞는지, 그저 생활을 위해서 그리는 건지 알 수 없는 아야코가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만나는 사람, 자기 일에 대한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우리와 또 다른 세계를 이겨내야 하는 커다란 바위 같은 짐이 있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간다는 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저 발레리나 아치처럼 연결이 이어져서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른다.

트릉카 다방이라는 장소는 의외로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연결되는 세상의 축소판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나이도 입장도 모두 다른 우리가, 제각기 사정은 달라도, 지금 여기에서처럼 무언가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때로는 헤어지기도 한다. 누군가 떠나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모두가 축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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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기를 찾기 위해 그냥 매달리던 일상을 접고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에게 트릉카 다방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하를 해준다.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얻기 어려운 행운이 아닐까 싶어진다. 나에게도 이런 ‘향기나는 기억’이 있을까? 그렇게 기억들을 연결해주고, 나에게 행복하게 자리잡도록 나를 위로해주는 트릉카 다방 같은 곳이 있을까? 그런 곳을 내 인생 끝자락에서도 꼭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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