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 아니 조선시대뿐 아니라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세죽이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꼭 필요하고, 또 우리를 결정하는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현대에도 역시 신분이나, 재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우리를 얽어매고 말할 수 없게 입을 막는다. 지금은 일제 강점기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백정이라는 신분은 참 오랫동안 가장 낮은 신분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따돌림 받고 멸시당했다. 그런 백정으로 태어난 세죽이. 소가 먹는 죽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진 세죽이에게는 역시 백정인 할아버지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의 백정 칼을 어머니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칼이 어머니의 아버지인 외할아버지, 동학군으로 가서 죽은 분의 칼이었던 거다. 만주로 가라는 할아버지의 바램대로 세죽이는 만주로 가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렇게 칼을 물려받은 어머니는 만주에 가기도 전에 독립을 염원하는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러 나갔다가 죽을 뻔 하고, 지팡이가 있어야 걸을 수 있게 된다. 세죽이는 엄마가 나아야 만주에 갈 수 있다고 자기가 집안의 일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부지런히 고기를 양반들 집에 갔다 주는 자기 몫의 일을 한다.
세죽이의 친한 친구인 수리와 미영이, 양반집 아가씨지만 스스로를 세우려고 하는 선옥이. 이 친구들은 함께 큰 일을 벌이게 된다. 양반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마을의 ‘이기주’, 아이들에게는 기주 오라버니의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죽인 자의 대문에 ‘이기주’라는 이름을 물감으로 크게 써놓는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세죽이, 한문을 공부하느라 한글도 읽지 못하는 친구 수리. 백정이라서 학교에 가고 싶어도 아이들의 차별과 반대 때문에 한 번씩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아들인 수리를 학교에 보내려고 애쓰는 수리의 아버지. 진주 사람들이 함께 학교를 짓는 것에 백정들도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힘을 합하지만 결국 백정은 안된다며 쥐꼬리만한 일당만 주고 백정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한다.
양반이지만 여자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거부하는 선옥이가 세죽이에게 같이 경성에 가자고 했을 때, 세죽이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진주에서는 백정이라서 할 수 없지만 변화하는 경성에 가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만세운동에 참여한 덕분에 만주에 갈 수도 없는 몸을 가지게 된 세죽이의 엄마는 세죽이에게 어떤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