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장수 박세죽 ㅣ 푸른숲 역사 동화 14
김해원 지음, 양상용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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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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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장수 박세죽,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세죽이가 자신의 이름에 대해 소개할 때 이름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죽이의 마음을 여러 번 들었을 때 조금 안타까웠다. 하지만 변화한,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이 된 세죽이가 자기 이름을 다시 이야기할 때는 그 뜻이 어떠하든 당당한 세죽이의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 아니 조선시대뿐 아니라 신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세죽이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꼭 필요하고, 또 우리를 결정하는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현대에도 역시 신분이나, 재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우리를 얽어매고 말할 수 없게 입을 막는다. 지금은 일제 강점기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백정이라는 신분은 참 오랫동안 가장 낮은 신분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따돌림 받고 멸시당했다. 그런 백정으로 태어난 세죽이. 소가 먹는 죽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을 가진 세죽이에게는 역시 백정인 할아버지부터 어머니, 아버지가 있고, 할아버지의 백정 칼을 어머니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 칼이 어머니의 아버지인 외할아버지, 동학군으로 가서 죽은 분의 칼이었던 거다. 만주로 가라는 할아버지의 바램대로 세죽이는 만주로 가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렇게 칼을 물려받은 어머니는 만주에 가기도 전에 독립을 염원하는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러 나갔다가 죽을 뻔 하고, 지팡이가 있어야 걸을 수 있게 된다. 세죽이는 엄마가 나아야 만주에 갈 수 있다고 자기가 집안의 일들을 스스로 책임지고 부지런히 고기를 양반들 집에 갔다 주는 자기 몫의 일을 한다.

세죽이의 친한 친구인 수리와 미영이, 양반집 아가씨지만 스스로를 세우려고 하는 선옥이. 이 친구들은 함께 큰 일을 벌이게 된다. 양반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마을의 ‘이기주’, 아이들에게는 기주 오라버니의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죽인 자의 대문에 ‘이기주’라는 이름을 물감으로 크게 써놓는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세죽이, 한문을 공부하느라 한글도 읽지 못하는 친구 수리. 백정이라서 학교에 가고 싶어도 아이들의 차별과 반대 때문에 한 번씩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아들인 수리를 학교에 보내려고 애쓰는 수리의 아버지. 진주 사람들이 함께 학교를 짓는 것에 백정들도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힘을 합하지만 결국 백정은 안된다며 쥐꼬리만한 일당만 주고 백정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한다.

양반이지만 여자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거부하는 선옥이가 세죽이에게 같이 경성에 가자고 했을 때, 세죽이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진주에서는 백정이라서 할 수 없지만 변화하는 경성에 가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만세운동에 참여한 덕분에 만주에 갈 수도 없는 몸을 가지게 된 세죽이의 엄마는 세죽이에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라도 양반 자식이니까 학교에서 내쫓기진 않겠지. 니 학교 가서 공부하기 싫어 그러제?”

“아이다! 비겁하잖아. 씨앗골에 니도, 순례도 다 학교에 못가는데, 내만 그래 술수를 써 학교에 가는 건 비겁하잖아.”

세죽은 뜨끔했다. 씨앗골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으면서 다른 애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에 못 가게 되었다고 울던 순례도 잊고 있었다. (중략)

“그래. 장수리, 박세죽으로 살아야제. 씨앗골에서 멀리 도망쳐서 내를 속이고 사는 기 좋겄나?”

“하모. 그라고 미영이도 없는데, 내도 가버리면 세죽이 니만 남잖애.”

수리가 웅얼거리며 돌멩이 하나를 또 강으로 집어 던졌다. 세죽도 돌멩이를 휙 집어 던지고는 벌떡 일어났다.

“맞다. 도망치지 말아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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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죽이는 경성으로 가서 새롭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결심한다.

“내사 꼭 학교를 만들어 보일 끼고마!”

처음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세죽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세죽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빛은 옅어지고, 바람은 순해졌다.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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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으로 인해 옭아매는 틀을 스스로 걷어버리는 용감한 세죽이를 보면서 마음이 새롭다. 현대의 우리에게도 비슷하게 자신을 갉아먹는 경제적 상황이나, 성공을 가져올 재능 같은 것들이 우리를 가두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도 세죽이처럼 스스로 내가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싶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세죽이와 같은 용기가 있도록 지지해주고 싶다.

마지막에 ‘저울처럼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형평사’를 만들어 세상에 알렸고, 야학교를 세웠으며 그 안에 여성 대의원 ‘박세죽’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눈을 들게 된다. 이렇게 당당한 세죽이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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