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교사 추락 사건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0
정율리 지음, 해마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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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학교에 상담교사로 로봇이 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그냥 선생님과 상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쉽게 가지 않았을까? 선생님과 상담하게 되면 부모님께 이야기할까봐, 그리고 내 이야기의 비밀을 정말 지켜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게다가 누군가 모드니를 누군가 밀었다고 그걸 봤다고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정작 익명으로 글을 쓴 아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그저 주목받으려 장난을 친 것 뿐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친 장난에 누군가 벌벌 떨고 있다는 걸 알면 까무러치게 웃을지 모른다. “그게 사실이었어? 정말 누가 모드니를 밀었던 거야? 세상에! 난 그냥 장난이었는데.”하면서 말이다.

여기서 딱 걸려서 넘어갈 수 없었다. 너무 많은 순간에 아이들이, 아니 어른들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몰랐는데? 나는 장난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지 생각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는 걸 너무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제 모드니와 관련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나’로 이어진다. 닥치는 대로 물건을 던지고, 희주의 머리를 빗어주겠다고 하면서 희주를 숨막히게 하는 엄마로 인해 희주는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시연이, 골치아픈 건 딱 질색이라고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후 이혼하고, 엄마는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위장 이혼이고, 아빠의 빚 때문에 이혼한 것처럼 지내는 복잡한 집안 사정이 시연이를 지치게 한다.

그리고 열심히 모드니와 상담을 하는 민아. 아홉 살에 엄마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돌아가시고 아빠와만 사는 민아는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아빠와 재혼을 한 거였고, 친아빠가 아닌 아빠와만 살게 된 거다.

이렇게 상처를 가진 세 명의 친구들이 체험학습에서 탄 관람차 안에서 소원을 빌자고 한다. 민아는 “아빠가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시연이는 “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거짓말 좀 그만 시키면 좋겠다.”고, 희주는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 아, 아니, 아니, 엄마가 날 그만 때렸으면 좋겠어.”라고 소원을 말한다. 하지만 곧 소원을 말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친구들에게 자기의 가장 큰 문제를 그대로 보이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들까?

모드니가 희주의 가정폭력에 대해서 무언가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진 희주는 민아가 말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희주는 시연이에게 민아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희주 엄마가 학교에 찾아와서 어떤 사람인지 더 드러나기도 하고.

범인이 드러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사실 범인을 숨기는 이야기가 될 수 없는데, 중간에 범인이 ‘나’라고 말하는 3명 중 한 명의 친구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모드니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갔을 때, 모드니가 옥상을 올라가는 것을 보고 따라간 것이다.

‘모드니만 없어지면 괜찮을지 몰라. 모드니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거니까. 모든 분란은 모드니가 일으킨 거야. 모드니만 없어지면 우리 셋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거야.’

이렇게 생각한 한 친구가 모드니를 밀었다. 모드니가 다시 회복해서 돌아왔을 때, 모드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정말 모드니가 상담교사라는 게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냥 로봇이 아니고, 아이들의 이야기만 들어주는 기계가 아닌 것 말이다. 상담하던 한 아이가 옥상에서 떨어진 것을 보고 그 이후 그 아이가 서 있었을 자리에 스스로 서보는 것을 해본 모드니. 모드니는 자신이 사고당시의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했지만, 그 부분을 삭제해 버렸다. 그것을 의지로 했다고 말하는 로봇의 말이 너무 가슴 아팠고, 어쩌면 이런 어른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세 친구 모두 가정에서 관계가 어렵고 힘들었고, 이해해주는 어른을 만나기는 더 어려웠다. 요즘 이런 친구들이 얼마나 많을까? 물론 공부에 내몰려서 학원을 뺑뺑 도는 친구들도 어렵겠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 것은 힘든 것을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다시 돌아온 모드니의 말이 참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서려고 애쓰는 희주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든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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