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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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빵을 좋아하는 탓일까? 행복을 구워낸다는 제목만 봐도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표지에 그려진 멋진 빵집도 멋졌고, 어쩌면 도심 한가운데 넓고 사람많은 그런 빵집보다, 아니 베이커리라고 불리는 곳보다 정감있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람 많지 않은 곳, 하지만 따뜻한 이웃이 있고 빵집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런 빵집이 꼭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지금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인데, 빵을 좋아하는 내가 처음 이사와서 제일 먼저 한 것도 빵집을 찾아보는 거였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체인점 빵집 말고 정말 맛있게 빵을 굽는 곳 말이다. 하지만 사실 작은 시골에 개인이 빵을 굽는 곳이 있는 것은 쉽지 않다. 시내에 내가 좋아하는 바게트와 소금빵을 만드는 곳이 한 곳 생겨서 일주일에 한 번은 미리 주문하고 사러 갔었는데, 1년이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지금도 늘 가는 빵집은 없는 셈이다.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이렇게 ‘행복과자점’이라는 이름의 빵집을 만났을 때 더 반가웠나보다.

행복과자점에는 계속 오는 손님들이 생겼고, 주인이 매일 정한 빵을 만들면 어떤 빵이 나오는지 궁금해하는 단골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나온 손님은 노트북을 들고 와서 일을 하면서 빵과 커피를 마시던 손님과 소율과 연준이라고 하는 아이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인 은정, 그렇게 자주 오던 아침 손님과 동갑이라고 친구가 되고, 빵을 손님들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늘 동네에 문을 여는 행복과자점 같은 그런 빵집이 있으면 참 좋겠다. 따뜻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시고, 그날의 빵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는 손님들이 있으니까. 할머니 손님도 있고, 직장인들의 바쁜 점심시간 손님도 있으니 빵집이 문을 열고 계속 빵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인절미 시폰케이크, 가나슈, 에그타르트, 브라우니. 이렇게 빵 이름이 나올 때마다 빵 모양을 떠올리게 된다. 막 구워내서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빵집. 물론 빵집의 사장님도, 손님들도 아픈 과거와, 고민이 많다.

“있지. 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셨어. 내가 막 태어났을 때, 가장 좋은 걸 이름에 담아서 주고 싶었대. 그래서 운이라고 지으셨다. ‘행운’에 들어가는 그 운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래서 행복과자점으로 지었어. 할머니가 나한테 주고 싶다고 하신게 행운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하신 게 생각나서.”

주인공 윤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보니 신기했다.

가나슈는 옛날에 과자 공장에서 일하던 견습생이 초콜릿이 담긴 그릇에 실수로 끓는 우유를 쏟아서 만들어진 거라고. 그래서 이 맛있는 게 프랑스어로 바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며 웃었다. 꼭 세상엔 똑똑한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라고. 운은 제이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정작 그녀는 잊어버렸지만.

“사실 지금에서야 ‘아, 그땐 그걸 그렇게 고민했는데. 이젠 별것 아니었던 이야기가 됐네’ 하면서 이렇게 말하지만, 당시엔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한 달이 넘도록 잠도 제대로 못잤거든요. 혹시라도 내 선택이 틀린 건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다른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고작 한 학기 다녀놓고서 고민이 깊다고. 그만뒀다가, 아닌 것 같으면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와서 석사 하면 되지. 해보고 싶은데 안해보고 후회하진 말라고, 한 학기는 정말 인생에서 점처럼 작은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더라구요. 꽤 복잡한 고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 말을 듣고 나니까 엄청 단순해졌어요. 돌이켜보면 인생 대부분의 문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자주 가는 좋아하는 카페 사장인 현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았다. 엄청 고민하고, 큰일인 것처럼 결정을 어려워했는데, 지나고 나니 정말 단순한 한 문제일 뿐이었던 많은 일들이 생각났다. 주인공 운도,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게 되는 남자친구가 된 윤오도 다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 얽힌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진로를 찾아가면서 겪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마음들이 함께 따듯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빵으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마지막에 다시 운과 윤오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한참 마음에 남았다.

“나는 원래 남들이 말하는 것들에 맞춰서, 그걸 얻어서 행복하고 싶었어. 그러다가 남들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에서 행복한 걸 찾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늘 불안했어. 그저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내 기준의 행복을 찾는답시고, 실은 여기에서 적당히 게으름 피우며 지내고 싶은 게 아닌가 하고. 그런데 멀어져보니까 알겠더라. 남들 눈에 어떻든, 나는 여기에서 이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걸.”

떠나 있다가 돌아온 운에게 윤오가 “잘 왔어. 유운.” 이렇게 등을 두드리는 것 같은 말을 던졌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에게도 이렇게 윤오처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고. 빵과 함께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고, 그 중심에 젊은이들의 고민이 함께 해서 새로웠다.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은 책이기도 했다.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위로를, 나이 들어 담담한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마음을 선물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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