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면서 꽤 두꺼운 탓에, 그리고 등장 인물이 꽤 많고, 나오는 책 이름도 계속 달라져서 잊지 않고 다시 앞을 보지 않으려고 메모하면서 보게 되었다. 그런 책을 읽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과학책이나, 인문학 관련 책을 읽을 때는 메모하면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뒤의 내용이 통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소설을 보면서 앞의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가면서 연결하는 건 드문 일인데 작가의 상상력과, 계획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문을 열면 내가 생각한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책을 만난 주인공 캐시와, 친구 이지의 이야기다. 물론 두 주인공 말고도 신기한 책들을 모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는 드러먼드 폭스와 폭스 도서관 조사관들, 그리고 책 사냥꾼 휴고와, 책을 가지기 원하는 여자 등등 정말 많은 인물들이 책과 얽혀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의 문을 열어주는 책이라니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쳤다. 세계 여행을 하는데, 비행기도 필요없고, 짐도 필요없다. 게다가 시간을 초월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니 정말 나도 꼭 한 번 가져보고 싶은 책이다. 그 책을 가진 캐시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면서, 마지막에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그냥 책만 즐겁게 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당연히 신기한 책들, 초월적인 책들이 있으면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냥꾼들이 있을테니, 그 책들을 지키기 위한 드러먼드의 활약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을 정말 좋아해서, 사서가 되고, 책을 지키기 위해 도서관을 그림자의 책 속에 넣는 모습을 보면서 ‘책’에 대한 그 사람의 사랑이 부럽기도 했다.
지금 우리집 책은 어떤가? 많이 모아지면, 이사할 때마다 짐이 된다고 남편에게 구박을 받아서 하는 수 없이 안보게 되는 책은 결국 버리거나 중고로 팔게 된다. 지금 남아있는 책은 내가 정말 아끼는 책 뿐이니까. 그래서 ‘폭스 도서관’이 정말 부러웠다.
그림자의 책, 기억의 책, 행운의 책 같은 신비한 책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신기한 책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을까? ‘따뜻한 책’은 어떨까? 책을 열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책 말이다.
처음 주인공에게 책을 준 사람이 왜 그 신비한 책을 그냥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던 캐시에게 준 것인지 궁금했는데, 마지막 즈음 그 결말을 보면 알 수 있다. 미리 말하면 안될 것 같아 쉿!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 덕분에 작가의 이런 신기한 상상의 책이 탄생한 것이니 박수는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