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을 읽으면서 가장 특별한 건 주인공이 딱 한명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다. 장마다 다른 주인공이 ‘나는’을 시작한다. 이런 경우 가끔 조금 이야기가 헷갈리지만 그래도 훨씬 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내기는 참 좋다.
가장 많이 삶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는 오모리 요이치(요짱)와 쓰쓰이 나나미다. 둘은 도쿄에서 사는 풍선 인형을 만드는 남자와, 사진을 찍는 여자다. 회사에서 일을 받아서 하는 요짱은 굉장히 내성적이라고 해야 할까? 나나미가 마음에 들어서 풍선에 연락처를 주고도 터질 것을 걱정했지만, 그 터진 풍선으로 요짱을 다시 찾은 건 나나미다. 둘은 하나씩 서로를 알아가면서 타지인 도쿄에서 위로를 받는다.
일본은 우리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젊은이가 서울로 떠나고 나면 아무리 지방에서 부모님의 가업이 있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요짱은 부모님이 하고 있는 쓰가루 메밀국수 식당을 물려받고 싶어한다. 요짱의 처음 직장인 중화요리점을 그만두는 일에서부터, 누나에게 소개받고 일을 시작한 광고회사, 그리고 풍선아트 피에로가 되기까지, 요짱의 일은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내 가슴을 졸였다. 아마 우리 아들들도 이렇게 자신이 정말 할 일, 평생 할 일을 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일도 생각과 다르고,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결정해야 하기도 한다. 꿈을 이루어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짱이 나나미와 만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면서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나나미와 함께 사진을 찍는 스승의 건강상 문제로 나나미에게 일을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단단하게 자리잡는 나나미의 모습에도 역시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젊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일을 하나씩 찾아가는 일이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 것인지는 안봐도 쉽게 짐작이 간다.
요짱이 부모님을 5년만에 다시 찾아오고, 지역의 축제에서 음식코너를 여는 것을 돕게 되면서 나나미도 고향을 찾아와서 투닥투닥 다투는 과정을 거치고 다시 마음을 연다. 요짱이 다시 고향에 내려왔을 때, 자기가 나온 고등학교 후배들이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하는 말이 조금 오래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