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끝동의 비밀 - 약초꾼 소년, 폐위된 왕후를 만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5
지혜진 지음 / 다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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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지만, 책을 읽고 든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울적했다. 사실 이렇게 딱 마음을 울리는 책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이라서 더 그랬다.

단오는 자기를 불 속에 그냥 두고 나가려고 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아무리 살기 힘들고 먹을 것이 없어도, 자식을 그렇게 하려고 했던 엄마와, 화재에서 얼굴이 다 상해버린 아들을 들먹여 처벌을 피하거나, 빚진 것에서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하는 아버지.

단오를 보면서 속이 상했다. 이런 가족을 만나서, 동생 겸오와 정오까지 지켜내고,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단오는 어떤 마음일까?

작가는 이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엮어 냈을까? 나 역시 글을 쓰고, 동화 이야기를 생각해나갈 때마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 내어놓을 수가 없어서 힘이 든다. 물론 자주빛 끝동의 비밀을 쓴 작가님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 단오의 생각과, 마지막 결단 등을 보면서 그래도 이렇게 단단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그 아이 뿐 아니라 단종의 아내이며 황후에서 폐위된 군부인의 모습에서도 그랬다.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다오.”

이렇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단오에게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단오의 곁에서 늘 지키 주었던 영초와 영초의 아버지 막수아저씨.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편하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결국 단오에게서 떠나는 영초와 막수아저씨를 보면서 ‘관계를 지키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 없을 때가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너도 알다시키 나와 노산군을 위해서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었다. 그떄는 그들의 마음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지.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큰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더구나. 먼저 가신 어린 노산군께서 진정 바라신 것은 정치적 뜻이었는지,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삶이었는지,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을 여기에 남겨두고 떠나갈 때의 그 마음은 어땠을지, 그런 생각을 하면 그분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역시 나였구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단다.”

정말 군부인이 역사 속에서도 이런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노산군께서 가지고 계셨던 씨앗은 싹을 틔워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단다. 하지만 그분의 삶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아. 비슷한 아픔과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그 뜻을 새로이 이어 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 일을 단오 네가 시작해 주기를 바라.”

내가 가진 씨앗이 무엇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막막하진 않았다. 나는 나를 짓밟지 않고, 북돋워주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마땅했다.

작가의 이야기 방식이 참 마음을 많이 울렸다. 처음에 단오가 돈을 벌기 위해서 군부인이 수놓은 천을 훔쳐서 장사를 도와준 청파에게 바친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단오의 마음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 드러나서 참 다행이었다.

군부인이 새긴 소나무 자수가 노산군을 기억하고, 반역을 꾀하는 것이라고 몰아갔을 때, 단오는 과감히 소나무를 새긴 것이 다른 사람이며, 새기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차분히 설명한다. 또, 군부인을 지키고자 하는 여인들의 증언까지 덧붙여져 결국 관료까지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리고 단오가 도망치듯 벗어나는 청파를 따라 가서 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생각났다.

“너는 옳은 것과 필요한 것을 두고 고민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상관이 없지?”

청파의 말은 나를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두 가지를 모두 저버릴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딱 잘라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던 건 아무리 미워해도 도저히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부모님, 내게 조건 없는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영초와 군부인 중 그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너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증명해 주었다. 결국 네 가족도 살리고 막역한 동무와 군부인까지 구하지 않았느냐. 또한 나를 곤란하게 했으니 말이다. 네까짓 게 도대체 뭐라고. 허허허.”

청파의 말이다. 맞다. 단오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던 청파에게 그대로 다 내어주지도 않고, 스스로를 잘 지켜냈다. 단오가 영초와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영초는 아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해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책을 덮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역사를 이야기 속 중심으로 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책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나도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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