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는 이 이야기 뒤에 자신이 가보고 싶은 수많은 북한의 유적지를 이야기한다. 삼지연 배개봉려권에 다시 가보고 싶고, 황초령과 마운령의 진흥왕 순수비도 가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정녕 ‘욕망’이 아니길 바라는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은 것은 욕망이라는 북한의 접대원의 말이 참 머리를 띵 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통일에 대한 욕심이 그냥 욕망이거나, 또 욕망이 아니면 어떠한가? 그냥 이루어지면 좋겠고, 그래서 저 많은 북한의 유적지를 한 번이라도 밟아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일본답사후기 : “머리부터 꼬리까지 앙꼬”] 편에서는 이 말이 오래도록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이 가진 그 콤플렉스 때문에 서로 함께 해야 하는 두 나라가 참 많은 문제를 안고 가고 있지 않은가? 과감하게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시원했고, 한편으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나온 ‘나의 글쓰기’에 대한 글도 많은 생각이 오가게 만들었다. 모두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테지만,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이나, 시험답안지, 김지하가 작가의 시에 대해 쓴 장문의 답장 등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 있는 것도 새로웠다.
유홍준 교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글을 읽고 나서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참 쓸모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을 읽었다면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작가의 또 다른 삶을 만난 것도 반가웠고, 여러가지 생각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런 책은 정말 천천히, 하나씩 오래오래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데, 잡문집이라고 쉽게 빠르게 읽으려고 했더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마구 부딪힌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