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파도처럼 서양 문물이 밀어닥치고, 종교와 다른 문화들이 얽히던 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속 조선과, 소설 속 조선은 참 다르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더군다가 동화책 속에서는 더 그렇다.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를 읽었을 때,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에서 실제 존재하고 있는 조선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수저라’라는 이름으로 계속 등장하는 빵이 무얼까 궁금했다. 제목을 보고도 생각을 연결하지 못한 탓이다.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제목에서 본 카스테라를 보고 ‘아!’를 외치게 된다. 주인공 다미는 엄마와 아빠가 천주교를 접한 탓에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부모님을 잃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재능이 다미를 살게 만든다. 글을 읽을 줄 알고, 중국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어렸을 때 부모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운 것이 다미를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고, 달라지는 조선의 모습이 다미를 스스로 악착같이 무언가를 붙들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닐까? 조선시대에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집을 가서 집안일을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다미가 살 수 있게 손을 내밀어주는 조상궁이나, 뒤에 등장하는 파주댁, 또리아재, 다산 정약용 등 사람을 만나서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참 신기했다.
많은 경우에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손내미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다미의 운명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인연이 많이 부러웠다. 요즘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다미처럼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미는 이런 힘든 일들을 모두 겪고 결국 처음에는 혼인하기 싫어했지만 다시 만나게 된 부족한 순남 오라버니를 돌보는 결정을 하게 된다. 마지막에 급격하게 다미의 삶이 정리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천천히 하나씩 다미가 겪어나갈 일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다미처럼, 힘든 조선을 빠져나오기 위해 애썼던 다미처럼, 우리도 지금 어려움에 대해 포기하지 않으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고 그 곳을 빠져나가서 살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