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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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파도처럼 서양 문물이 밀어닥치고, 종교와 다른 문화들이 얽히던 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속 조선과, 소설 속 조선은 참 다르다. 어쩌면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더군다가 동화책 속에서는 더 그렇다.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를 읽었을 때,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에서 실제 존재하고 있는 조선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수저라’라는 이름으로 계속 등장하는 빵이 무얼까 궁금했다. 제목을 보고도 생각을 연결하지 못한 탓이다.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제목에서 본 카스테라를 보고 ‘아!’를 외치게 된다. 주인공 다미는 엄마와 아빠가 천주교를 접한 탓에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부모님을 잃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재능이 다미를 살게 만든다. 글을 읽을 줄 알고, 중국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어렸을 때 부모님 밑에서 많은 걸 배운 것이 다미를 새로운 길로 안내한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고, 달라지는 조선의 모습이 다미를 스스로 악착같이 무언가를 붙들 수 있게 만든 것은 아닐까? 조선시대에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집을 가서 집안일을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다미가 살 수 있게 손을 내밀어주는 조상궁이나, 뒤에 등장하는 파주댁, 또리아재, 다산 정약용 등 사람을 만나서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참 신기했다.

많은 경우에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 손내미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다미의 운명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인연이 많이 부러웠다. 요즘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다미처럼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다미는 이런 힘든 일들을 모두 겪고 결국 처음에는 혼인하기 싫어했지만 다시 만나게 된 부족한 순남 오라버니를 돌보는 결정을 하게 된다. 마지막에 급격하게 다미의 삶이 정리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천천히 하나씩 다미가 겪어나갈 일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다미처럼, 힘든 조선을 빠져나오기 위해 애썼던 다미처럼, 우리도 지금 어려움에 대해 포기하지 않으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고 그 곳을 빠져나가서 살 수 있는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따로 공들여 읽어보지는 않았다. 다만 야소를 따르는 사람들은, 양반 상놈 구별없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는다지? 반상의 법도가 엄연한데도 말이야.”

“그, 그래서 야소교를 믿는 무리를 역도라 하는 것이로군요. 그런 세상은 없습니다.”

다미는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며 대꾸했다.

“네가 그걸 어찌 단언하느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질 않느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들은 자신의 간절함을 믿는 것이다. 모르겠느냐? 너희 어미 아비도 그랬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 것이다. 자신의 간절함을 믿기 때문에, 시대를 바꾸려고 하고, 종교에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다산 어르신도 그랬다. 누구든 뭐든 하나씩은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며,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디서던 뜻을 펼칠 수 있다고.”

“...”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재주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믿으며, 뜻을 펼치며 살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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