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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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평생 나를 차지하고, 나의 마음을 부풀게 하고,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 말이다. 대단한 직업이나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사람 그런 것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참 힘들게 살았다고 해야 맞는데, 주인공인 진솔이나, 돈 아저씨, 그리고 많은 친구들과 작은 관계로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솔이가 나이 서른에 방송 피디에서 잘리게 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할 때, 진솔이는 자신의 어릴 적 삶을 떠올린다. 어릴 적 꿈꾸었던 곳, 어릴 때의 기억들 말이다. 그래서 엄마가 치킨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는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이 하던 일과 관련있는 일을 계속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다. 나는 인생 2막을 유튜브에서 열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말이다.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다. 그리고 나처럼 많이 동영상을 보지 않는 사람도 유튜브로 음악을 듣거나 누군가의 강연을 찾아서 볼 때가 있다. 그렇게 이 시대에서 유튜브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하나의 멋진 도구가 되나보다.


진솔이가 중학생 때, 힘든 기간을 잘 견디게 해준 것은 돈키호테 비디오였다. 그 좋은 기억들이 진솔이로 하여금 그곳에서 인생 2막의 대본을 짜보겠다고 결심하게 했나보다. 그 인생 2막은 참 많은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긴 시간을, 거의 1년 가까이 지금은 사라진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이었던 돈아저씨를 찾아 나가면서 그 과정을 유튜브로 방송하는 것으로 열게 된다.


그 과정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 단호하게 결심하고, 결심한 대로 능숙하게 나아가고, 실패해도 무서워하지 않는 서른의 당당한 젊은 친구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돈 아저씨가 바로 우리 세대의 어려움을 안고 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

돈 아저씨는 대학에서 올바른 삶을 꿈꾸다가 감옥을 가게 되었고,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영어강사를 하게 된다. 가르치는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학원에서의 생활은 가르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또 여러 과정을 겪어나간다. 부당한 일들을 당할 때 그냥 귀를 닫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지금, 돈 아저씨는 정말 돈키호테 같았다. 당당히 말하고, 나아가고, 바꿔나가고, 하지만 실패할 때가 더 많았다.

지금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 실패를 거듭했는데 제대로 버텨 나가는 것이 쉬웠을까? 그렇게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가게를 열게 된 돈 아저씨는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했을까? 여전히 아저씨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도 함께 한다. 그렇게 같이 무언가를 해 온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 기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곳에 오래도록 버틸 수 있는 힘으로 바꾸어 두었을까?

참 좋았다. 사람들들 사이의 관계가 말이다. 주인공 진솔이가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드라마처럼 터무니 없는 과정이 아니라, 정말 하나씩 찾아가는 것도 부러웠다. 돈 아저씨가 아들을 진심으로 돌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자란 그 아들을 만났을 때, 다시 또 열심을 다하는 것이 느껴졌다.

유튜브를 열고, 오랜 시간 한 사람씩 만나 가면서 궁금했던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진솔이의 끊임없는 열정과, 아저씨를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따뜻해서 좋았다. 내가 나이 들어서 가장 힘들다고 느낀 건 관계를 맺고,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었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불편한 편의점 1,2편이다. 그 소설들도 읽고나서 ‘재미있네’라고 생각하며 덮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돈키호테 역시 기억이 오랫동안 날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과거의 비디오 가게를 생각하게 하고, 동네에서 뻔질나게 살다시피했던 만화가게도 그립게 했다. 그리고, 돈 아저씨처럼 힘들어도 결국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생의 끝자락 즈음에, ‘나는 이건 해냈네.’라고 생각할 만한 것, 그런 사람 말이다.

요즘은 어려운 소설 보다 이렇게 읽고 나서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소설이 참 좋다. 유튜브를 계속 해나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진솔이처럼 든든하게 해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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