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정신 - 판다에게서 배우는 나의 지속 가능한 미래
곽재식 지음 / 생각정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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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티비에서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동물이 나오는 거다. 동물농장처럼 동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아니면 강아지를 키우는 방법을 교정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게 된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사람과 함께 하는 동물들에게 마음이 가게 되나보다.

이 책에서도 판다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냥 티비에서 보듯이 판다의 움직임이나, 생활, 먹는 모습, 인간과 교감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판다의 모습에서 우리가 찾아봐야 하는 것들, 판다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모습들이 더 많이 나온다. 우리가 판다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는 것이 참 어색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다양한 시선은 새롭고 마음을 많이 건드려준다.



판다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대나무를 잡을 수 있다. 마치 막대 사탕이라도 든 것처럼 신이 나서 대나무를 붙잡고 먹는다. 판다가 그렇게 먹이를 먹는 모습을 사람들은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판다에 대한 호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판다는 워낙에 많은 대나무를 먹는다. 판다를 보러 갈 때마다 이렇게 대나무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손을 쓰는 듯한 모습, 이것이야말로 판다가 귀여움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판다의 손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웠다. 별로 주의깊게 보지 않았는데, 다른 동물들과 달리 정말 손처럼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이렇게 판다처럼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서 ‘아, 정말 판다는 특이하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판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내가 어차피 고기의 MSG 맛을 느끼지도 못한다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고기가 더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는 이유로 꼭 고기를 먹으려고 애써야 할까? 비싸고 좋은 상표라고 하니까 나한테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심지어 불편하지만, 그저 그 상표를 보여 주기 위해서 그 상표가 달린 옷을 입고 걸어 다니는 꼴 같지 않은가? 대나무를 씹어 먹는 게 오히려 더 기분 좋고 부담 없다면, 굳이 고기를 먹으려 들 필요 없이 내가 좋아하는 대나무만 충분히 먹으면서 살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 나는 그런 판다 정신으로 쓸데없이 허상과 같은 목표를 사냥하려고 하던 시절을 반성하고자 한다.

판다가 왜 고기 맛을 못 느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고기 맛을 몰라서 살아 남은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때, 어쩌면 고기를 꼭 먹는 것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무언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애써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 인간들이 떠올랐다. 정말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라 아니라 판다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2023년 현재 멕시코 동물원에 있는 신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33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 신신. 자기가 사는 곳을 지키는 것도 멋있고, 잊혀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멋진 판다가 있다니 참 다행이다. 얼마전 푸바오처럼 중국이 요구할 때 다시 돌아가야 하는 판다들을 볼 때, 참 많은 생각이 오가니 말이다.

판다와 함께 반달곰을 우리나라 산에서 살 수 있도록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종종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안전하지 않고, 산속에서만 있지 않고 민가로 내려온다는, 그래서 반달곰 복원 사업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속상하기도 했다.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마지막 작가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도 이렇게 판다를 쳐다보고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이 참 좋다. 판다에게 받은 응원만큼 자연과 환경에 대해 나도 무언가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나 역시 용기를 내야 할 때다.



판다가 복잡한 생각 없이 뒹굴며 노는 모습을 볼 때, 그냥 나도 복잡한 고민도 없고 별 심각한 생각도 없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귀중하다. 그 마음 편한 즐거움 또한 잠깐 동안만이라도 그대로 내 저신 속에도 왔다 가면 좋겠다고 바랄만한 판다 정신이다. 때에 따라서는 그런 휴식이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을 더해주고, 마음을 추스르게 해주는 응원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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