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책방에 있다 보니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집니다 - 창원 책방 민들레책밭 이야기
육현희 / 담담글방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딘가 여행을 갔다거나 다른 지방에 갈 일이 있을 때 우연히 마주친 동네 책방이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책들이 많이 있을까? 내가 읽고 싶은 책도 책방 안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방을 구경한다.

 

나도 꿈이 있다. 나만의 책방을 가지고 싶은 꿈 말이다. 아침마다 책방을 열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나도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면서 책방을 열 수 있을거라는 꿈은 저 밑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활동적이지도 않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힘들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바뀐 성격 탓인지 아쉬운 꿈처럼 어딘가에 두꺼운 이불 밑에 내려앉았다.

 

이 책에서 나와는 다르게 멋지게 책방을 열고 있는 주인을 만났다. 다양한 책에 대한 생각들도 멋졌고, 처음 만난 책들은 반가웠다. 알고 있는 책이 나오면 스스로 무릎을 치면서, “아! 이책!”이렇게 반갑게 나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책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풀어내는 사람이 책방 주인이라니 얼마나 반가운가! 그 책방에 가면 얼마나 따뜻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창원에 있는 ‘민들레책밭’이라는 서점이다. 책방이 아니고 책밭이라고 해서 더 한참 눈이 머물렀다. 밭이 정직해서 좋아한다는 서점 주인은 책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마음밭에 심을 수 있는 문장이라는 씨앗을 팔고 싶다'고 말한다. '마음밭'이라는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언가를 심어서 기를 수 있는 밭이 내 마음에 있다니 한참 더 생각각이 멈춰 서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주인이 있는 민들레책밭 서점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우리 집과는 멀어서 금방은 아니더라도 경상도쪽 여행을 계획할 때 꼭 들러서 서점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가지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

 

“좋은 책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요. 또 이렇게 멋진 책방에서 마음을 기를 수 있게 해주어서 그것도 고맙습니다.”

 

 

다시 돌아가 책에 멈춰서 줄을 그어두었던 문장들을 기록해 보고 싶었다. 너무 많아서 다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한참 망설였다. 하는 수 없이, 맨 앞쪽과 중간에 딱 눈에 띄인 부분들을 먼저 기록해보기로 한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 중 “감자는 사랑을 싣고”라는 글 중에 마음이 멈춰선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 내어준 다정함이 어떤 이의 마음을 일으켜주고, 다시 그 마음은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다. 사랑과 다정함이 버무려진 감자의 파동은 그렇게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닿는다. 책방에 도착한 감자 덕분에 나의 몸과 마음은 많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사람들에게 내어 줄 마음에 대해 깊이 살피게 되었다. 그 마음 하나는 공간을 밝히고,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돌고 돈다는 것을. 23년 7월의 장마에 그렇게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


누군가 가져온 갓 구운 감자. 그 감자가 사랑을 싣고 누군가를 향해 간다는 것이 마음에 딱 멈춰섰다.

 

호모큐라스라고 하는 고미숙의 책을 읽고 쓴 이야기 중 책 한 부분이 딱 눈을 멈추게 했다.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 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세월에 대한 이런 생각은 마음도 눈도 멈추게 한다. 내가 노년의 끝에 접어들 때도 세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들은 자연의 리듬을 알아채고 나를 맡길 줄 알게 될 것이다. ‘춤을 춘다’는게 뭔지 진정한 의미도 알게 될 것이다. 함께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 알아가고 그것들이 내 앞에 다가왔을 때 알아챌 수 있는 지혜 또한 쌓아가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노년기라는 시기에 만나게 될 우정이고 지혜라고 생각한다.

(중략)

삶은 그저 사는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나만의 항구에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

 

자코미누스-달과 철학을 사랑한 도끼라는 그림책은 자코미누스라는 한 캐릭터의 전 생애를 그려낸다고 작가가 소개하고 있다. 이런 쉽지 않은 그림책이어도 아이들이 읽고 느끼는 생각은 어른과 참 많이 다를 것이다. 내가 느낀 그 느낌을 아이들도 느낄지 궁금해진다.

 

내가 000이 아닌 누군가로 태어나 살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 세상에 우연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지금의 ‘나’로, 지금의 ‘나’란 삶을 살고 있는 ‘나’란 존재가 다시 궁금해졌다.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지.

 

(중략)

 

내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

토도독 떨어지는 빗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기억하는 나,

한 줄기 햇살에 축복을 느낄 줄 아는 나,

내 살갗을 매만지며 지나가는 바람의 인사를 알아챌 수 있는, 언제나 깨어있는 나로 살아가길....

내 삶의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늙음과 가까워질수록 내 삶과 내 모습을 진정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이렇게 다양한 작가의 책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 이후 제일 맨 뒤에는 책방 일기로 작가의 책방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2023년 3월 처음 민들레책밭을 여는 날부터, 사람들이 들러가는 책방. 독서 모임을 함께 하거나, 사람들과 만나간다.

 

책방에 있다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이 공간에 담겨진다는 걸 느낀다. 다섯 평도 채 안되는 작은 공간에도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인다. 책방에 있다보면 쓰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이유다. 겁 없이 그저 기록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글을 이제 마무리하려고 한다.

 

차곡차곡 맛있는 책들, 따뜻한 책들이 책방에 모여갈 것이다. 그 속에서 서점 주인이 책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또 멋진 책으로 담아내는 것도 참 좋다. 집 근처에 이런 서점에 들러서 자주 따뜻하게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올 수 있는 그런 곳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서점도 그렇게 오래 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으로 작가의 마음이 손님들, 독자들에게 편하게 나누어졌으면 좋겠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