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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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손에 잡았을 때 테라리움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당연히 식물, 책 표지 때문만이 아니라 테라리움이라는 말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는 왜 이 제목으로 정했을까 궁금해졌다.

지구가 멸망하면, 사람이 모두 죽게 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모두 없어진 지구에 무엇이 남았는지가 사실 중요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문득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지구는 멸망하고, 남은 것은 식물들과 지구를 멸망시키는 데 쓰였던 흔적들이다.

주인공을 소년이라고 해서 왜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까 이상했다. 뒤로 가서 소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그 의미가 이해가 갔다. 지구가 멸망한 세계는 참 복잡했다. 남은 것들도, 지키는 것들도, 그리고 멸망한 세계의 의미도 말이다.

멸망한 지구에서 소년을 벙커에서 키우던 엄마가 사라졌다. 기다리던 소년은 결국 엄마를 찾아 벙커에서 나오게 되고, 엄마의 흔적들을 찾아가게 된다. 어쩌면 소년은 그냥 벙커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더 나았을까?

소년이 만나게 된 진실은 참 어렵다. 파괴된 지구, 엄마가 왜 소년을 키웠는지, 엄마는 또 왜 소년을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는지 이런 모든 것들이 말이다. 그래서 문득 그냥 이런 진실들을 만나지 않는 것도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실을 모두 안다고 하는 것도 꼭 의미 있는 일인가? 가끔은 그냥 모르는 것으로 덮어두는 것이 더 나은 것도 있지 않을까?

중간에 나오는 죽음을 의미하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지구에 온 다른 별의 지능 헨리에타, 그리고 지구를 멸망시키게 했다는 엄마, 엄마가 간절히 지키고 싶어했던 마르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 개체들을 만나면서 자꾸만 뒤로 물러서고 싶어졌다.



그래도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면 ‘테라리움’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장르의 클리셰적 이미지를 생각하다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그 이미지란 식물로 뒤덮인 도시의 모습이다. 처음에 소설은 인류가 멸망한 뒤 홀로 남은 ‘인간의 죽음(사신)과 마지막으로 죽은 인간인 여성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략)

바뀐 과정을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결국 ’벙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소년‘이라는 스토리가 핵심이 되었다.

’테라리움‘을 쓰면서 가장 핵심 주제로 삼았던 것은 ’변화‘였다. 현재의 ’지속가능한 발전‘ 담론이나 기후위기, 환경오염, 여성혐오와 인종차별, 그 밖에 여기에 다 적지 못할 모든 위기를 생각하면,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소설 창작에 영향을 끼쳤다.

이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책의 어려웠던 내용이 조금 더 이해가 갔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말한 것처럼 테라리움 속의 인류는 끝까지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멸망했다. 어쩌면 이러한 멸망이 진짜로 일어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세계를 마치 영화를 보듯 그려내는 소설을 읽으면서 진짜 지구의 종말이 소름끼치도록 두렵기도 했다. 내가 만약 그 가운데 있다면? 그리고 내 아이가 이러한 지구의 종말에 혼자 남았다면 어땠을까?

소년의 존재가 정확히 드러났을 때 정말 놀랍고 무섭기도 했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쩌면 지구에 인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무언가 남아 있는 것이 이렇게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없는 세상은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랫동안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숲에는 개가 있고, 고양이가 있고, 죽음이 있으며 어린 생명 또한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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