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책담 청소년 문학
변택주 지음, 김옥재 그림 / 책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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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지만 조선 백성들이 한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대부 양반들의 중국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우리 백성들에게 한글을 우리 글로 생활에서 쓰도록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백성에게 방을 붙일 때도 한글을 쓰지 않았다면 누가 그 방을 읽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다.

 

지리산 자락 산내에 있는 마을, 어울림 사람들이 의병에 나선 것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서찰을 받은 이후였다. 함께 나라를 살리자는 곽재우 장군의 이야기에 함께 하기로 한 것. 겨리는 나라를 살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랫말을 지었고, 곧 조선 방방 곡곡에 노래가 퍼져 나갔다.

 


조선의 의병들은 일본군을 잡아서도 다 죽이지 않고 치료해 준 후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돌려보내고, 조선으로 투항하는 사람들은 의병들과 함께 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병을 믿는 마음이라니,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의병들이 사방에서 모여들고,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던 선조 대신 나라를 지키고자 애를 썼던 광해군이 겨리와 아이들의 노래에 대해서도 감탄을 했다. 그리고 방을 붙일 때 한글을 써 달라는 요청에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라의 높은 자리에 있는 관리들이 백성들과 하나가 될 때, 나라가 살 수 있다는 것은 임진왜란 때처럼 과거에나 지금이나 같은 진리인가보다. 그렇게 너도 나도 의병으로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본군과 싸우는 속에서 열심히 자기 역할과, 할 수 있는 것들에 종횡무진하게 활약을 한 여자들이 참 멋져보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노랫말을 짓고, 방에 붙일 글을 쓰는 겨리와 함께 조선을 구하기 위해 동행했던 는개, 그리고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선택한 일본 공주 가야. 다들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런데 세상은 어째서 목숨 낳는 여성을 거룩하게 보기는커녕 하찮게 여겨?”

차갑고 거친 이들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힘이 세상을 얼마나 살 만하게 만드는지 애써 고개를 돌려서 생기는 일이야.”

 

 

남자들 뿐 아니라, 여자들 역시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조선 시대에 나눌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이 책에서처럼 어딘가에는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나가는 여성들이 그 시대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뭐든지? 개똥이 엄마한테 글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계집애가 얌전하게 있다가 시집이나 가면 되지 되바라지게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혼쭐내던걸.”

 

담이가 마치 옆에 개똥이 엄마가 있는 것처럼 삐죽거렸다.

이번에는 는개가 말을 받았다.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똥이 엄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되어.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다르게 풀어가면 되지. 그러니까 네가 참으로 바라는 게 뭔지 깊이 생각하고, 바라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거듭 짚으면서 그리 가면 되어. 뭐든 하는 대로 이룰 수 있지.”

 

 전쟁 속에서도 이렇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한글로 백성을 돕고, 나라를 살리는 데 앞장섰던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자들과 아이들, 천한 신분의 백성들에 대한 이야기라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마찬가지일거다. 약자라고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 될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소녀 의병들처럼 말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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