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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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로지의 특별한 능력은 정말 신기하다. 어느날인가부터 무언가를 먹었을 때, 여러 가지 감정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정말 맛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니,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기쁨이나, 행복 같은 감정은 순간적일까, 아니면 꽤 오랫동안 지속될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 때 누군가의 마음이 다 느껴진다면 그 능력은 정말 즐거운 것일까? 로지는 처음 엄마의 음식에 대한 맛을 이야기 할 때, “맛이 비어있다”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좋은 때 보다는 힘들 때가 더 많지 않을까?

봐봐, 오빠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늘 저 멀리에서, 하얀 달이 아주 가느다란 은빛을 내며 줄지어 선 나무들 위로 걸려 있었다.

그 옆에 있는 것 보여? 오빠가 물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저기 조그만 점, 오른쪽에 있잖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로 보였다. 아침 하늘에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점 같은 빛이.

목성이야.

아, 그 커다란 사람? 내가 묻자 잠깐 오빠는 정색을 했다.

그럴 리가.

왜 저기 있는 거야?

그냥 나타난 거야. 오늘 날짜에 맞추어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이도우 작가가 인상깊다고 썼던 부분을 만났을 때 반가웠다. 그리고, 무언가 이 목성이 의미하는 것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로지도, 조지프 오빠도, 그리고 아빠도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는 로지나, 물건이나 사물에 들어가서 하나가 되는 능력을 조금씩 발전시키는 조지프 오빠. 이 두 사람보다 더 특별한 아빠. 병원 안에 들어가면 특별한 능력이라는 것이 나타날 거라는 예감 때문에 아이들이 태어날 때도 병원에 가지 못했고, 조지프 오빠가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 거의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병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들어가지 ‘못했다’는 말 보다는 ‘않았다’는 말이 더 적당하다. 할아버지가 누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아픈지 이런 것들을 냄새로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자란 아빠는 절대로 자기 능력을 알고 싶지 않았나보다. 그 대단한 도피도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결국 의자 속으로 들어가 버린 조지프 오빠도.

주인공 로지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는 미각을 지닌 것을 조금씩 극복해 나간다.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도 알아가고, 누구의 음식이 맛있는지도. 그리고 결국 스스로 음식을 만들게 되기까지 말이다.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들 속에 유독 의자 속으로 결국 스스로를 죽는 것과 똑같게 되는 선택을 했던 오빠 조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사는 것이 힘든 순간에 나도 이렇게 사라지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렇게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도 비밀을 나누기 어렵다. 조지는 얼마나 많은 순간 혼자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힘들었을까 자꾸 생각이 났다.

우리는 비슷했던 것 아닐까? 나는 여전히 공장과 자판기 음식을 즐겨 먹었다. 중학교 때 한번은 자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는 자세로. 나는 기계가 떨어뜨린 내용물을 받으면 그 작은 쇠창살 안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불어 넣었다. 이런 나와 비슷했던 것은 아닐까? (중략) 나는 고맙다는 기도를 그 기계에게 바쳤다. 그 안에 과자를 채워넣는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과자를 사 가는 이들이 누구든 그들에게, 매일밤.

이건 오빠가 카드 테이블 의자를 선택한 것과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다만 난 내 선택으로 세상에 남을 수 있었고, 오빠는 그럴 수 없었다는 점만 빼면.

로지가 어렸을 때 엄마의 마음을 느끼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레몬케이크를, 자신이 자란 후 엄마를 위해 그 레몬케이크를 스스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면서 먹을 수 있었다. 엄마를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일만큼 자란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엄마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으며, 그 레몬케이크가 로지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래도록 다시 생각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를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영미소설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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