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앞부분을 읽다가 막혀서 한참 기다렸다. 어쩌면 내가 일반적으로 읽었던 소설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 소설은 마음을 조금 다잡고 다시 읽기 시작해야 했다. 한 주 정도 다른 책들로 마음을 추스린 후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는 끝까지 떼지 않고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하얼빈은 그 무게만큼 마음을 짖눌렀다. 덮으면서 이것이 ‘안중근의 진짜 생일까’ 궁금했다. 우리가 아는 안중근은 그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독립운동가였고, 대단한 존경을 받는 위인이다. 하지만 소설 하얼빈 속의 안중근은 늘 성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위대하다기보다는 용감한 인물이라는 쪽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아주 기초적인 안중근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고, 어쩌면 어디에도 정답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위인전에서 만나는 위인은 인간적인 고뇌가 아예 없는 사람일 수는 없다. 다만 그런 마음의 울림보다는 그 인물이 이루어낸 성과, 업적 같은 것들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도록 만든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종교적인 인물 이외에 그 사람의 마음과 성품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지금처럼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