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길고, 커다랗고, 어려운 질문을 하는 그래픽노블을 접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쉬운 만화일까 싶어서 책장을 넘기다가 다시 돌아가고 돌아가고 반복해서 여러 번 보았다. 그렇게 봐도, 어떤 질문을 하는 건지 생각보다 답하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죽음을 계속 말하고 있어서다. 여러 동물들의 만남과, 이동과, 탐구 속에 누군가의 죽음이 연결되어 있었다. 가족이기도 했고, 때로는 내가 공격했지만 친구처럼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한 친구이기도 했고, 나를 외롭게 만든 누군가이기도 했다. 그런 이들의 죽음을 옆에서 겪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내가 가장 마음 아프게 읽었던 이야기는 물소의 죽음이었다. 맨 처음에 등장한 코모도왕도마뱀이 물소 다리를 물었다. 물소는 도마뱀에게 왜 자기를 물었냐고 말하면서 섬을 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섬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혜성을 피하기 위해서 섬을 밀고 있다고 말이다. 도마뱀은 물소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둘은 물소가 죽는 순간까지 함께 섬을 밀어 나간다. 결국 힘이 빠진 둘은 산 꼭대기에서 혜성이 쏟아지는 것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