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식당이라는 이름이 참 정겹다. 흔한 식당 이름은 아닌데 어떤 이유에서 약속식당일까 궁금해진다. 이 약속식당의 메뉴도 신선하다. 비밀병기, 살살말랑, 파와 감자가 사랑에 빠질 때(파감로맨스) 이렇게 3가지만 판다. 주인은 더 신선하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환생도 거부한 17살 남자아이 채우가 구미호인 만호의 제안을 받고 100일 정도 다시 살 수 있는 시간을 얻은 것이다. 채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설이.
둘은 같이 10살 근처부터 고아원에서 함께 했고, 채우는 설이를 보호하고, 설이와 함께 하는 것이 거의 모든 것이었던 아이였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잘 하지 못하고, 만드는 방법을 잘 구상하는 설이의 아이디어 덕분에 채우는 음식을 잘 만들게 되었다. 둘이 비밀병기, 살살말랑이라는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서 인정받았고, 파와 감자를 같이 먹는 것을 할 수 없는 설이 덕분에 파감로맨스를 꼭 같이 만들기로 약속했었다.
파감로맨스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알려주겠다고 말한 설이와 오후에 만나서 완성했어야 했는데 채우는 설이를 보호하려다, 그만 누군가에게 맞아서 죽고 만다. 설이에게 정말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고, 같이 파감로맨스를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만호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는데 설이를 만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거다. 결국 구미호 만호의 제안에 100일간 이승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환생은 포기한다. 설이를 만나고 싶어서 말이다.
설이 역시 다른 모습으로 환생했으니, 설이를 찾아내는 것도 채우의 몫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사고로 죽게 된다면 나는 다시 환생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내 생의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질까? 남편이나, 아이들? 대답하는 것에 망설임이 생긴다. 그냥 새로운 삶으로 다시 살고 싶을 것 같지 않은가? 채우에게 설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이렇게 생각만 해봐도 확실히 느끼게 된다.
손바닥의 도장이 없어지면 100일이 사라져서 돌아가게 되는 채우는 환생한 설이를 다시 만났을 때 어땠을까? 이전 설이와는 분명히 다르니, 채우가 생각한 ‘좋아한다는 말, 설이가 채우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말’을 하기 힘들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냥 만나서 확인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을까?
만호가 마지막에 채우에게 묻는다. 환생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고.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나는 후회하지 않는데, 왕원장은 후회했을 거에요. 왕원장이라고 아시죠? 저는요, 만호님. 만호님이 다른 이에게 새로운 생을 달라고 제안할 때 꼭 그런 말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살았던 그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었다고. 아아, 제가 후회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연못 속에서 손톱을 찾은 거니?“
만호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게 연못 속에서 찾은 손톱인지 아닌지. 설이가 나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는 것, 그 사실을 알았다. 어느 날 문득 한번씩 나와의 시간을 떠올린다는 것을. 그러나 그게 나와의 기억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기 위해 환생을 포기한 채우가 만족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나에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나도 채우처럼 가족이나, 친구, 누군가를 위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