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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 ‘우리나라 좋은동화’ 선정 젊은작가 동화선집 ㅣ 우리나라 좋은동화
정재은 외 지음, 빨간제라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젊은 작가 동화 선집으로 단편동화를 묶어서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두터워 보이는 것과, 표지가 동화책 같은 느낌이 조금 적어서 어린 아이들이 읽겠다고 고르는 것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9편의 동화가 실려 있고, 다 다른 작가의 단편이라 신선했다. 책 처음에 안내된 것처럼 올해의 좋은 동화로 심사해서 뽑았다는 심사위원의 소개를 볼 수 있어 '아, 상을 받은 작품이구나' 싶어서 더 기대가 된다. 맨 처음에 소개되는 목차의 설정이도 재미있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원을 나눠 놓은 것 같은 차례가 어떤 것이 먼저가 아니라는 느낌도 있고, 재미있는 배치도 좋았다.

정재은의 ‘분실물을 찾아 드려요’에서는 찾아가는 분실물 센터의 분실물 수거원인 엄마와 함께 하는 리아의 이야기. 우주에서 분실물을 수거하는 엄마는 아이를 종종 잃어버리곤 했다. 엄마의 우주선 본체가 워프를 해서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와 서로 헤어지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기다리기로 약속을 하고 자주 없어지는 엄마를 기다린다. 어느날, 엄마와 떨어지고, 땅콩 행성에 가게된 리아는 거기서 땅콩인들을 만나고, 땅콩 행성에 우연히 오게 된 노을이도 만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즐거운 농담을 할 줄 아는 엄마의 천연덕스러운 이야기와, 어른같이 걱정을 하는 리아의 대화가 즐겁다.
이퐁의 ‘호윤이와 뱀냥이’이야기는 지금의 코로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 가까이 다가온다. 호윤이는 엄마가 코로나에 감염되어서 외할머니 댁 바로 옆에 이모가 지은 집으로 자가격리를 하러 가게 된다. 할머니와 이모가 보살펴 주고 있어도, 얼마나 두려울지 짐작이 간다. 할머니가 문 앞에 둔 맛있는 곶감도 없어지고, 고양이 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도 들린다. 호윤이는 또 없어진 쑥떡과 이상한 소리에 대해 친구 다미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가 결국 만나게 된 뱀냥이. 고양이 얼굴을 한 뱀 같은 뱀냥이의 울음 소리가 편안했던 호윤이는 뱀냥이의 말도 알아 듣는다. 그렇게 뱀냥이와 편하게 이야기 하게 된 다음 날 드디어 아팠던 엄마와 드디어 통화를 하게 된다. 뱀냥이처럼 나를 위로해주는 무언가를 만난다는 것이 신기하고, 나를 지지해주는 어떤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게 한다.

박효명의 ‘애완요괴’는 인터넷 사이트에 ‘애완 요괴 무료 분양’이라는 글을 만나면 애완 요괴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는 재미있는 판타지다. 나한테만 보이고, 내가 상상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율이가 말하지 못해서 망설일 때는 애완 요괴가 점점 커지고 비대해지다가 섭섭하고도 분한 마음을 다 털어놓으니 처음처럼 작아지는 신기한 능력도 있다. 율이는 친구들의 애완 요괴도 발견하게 되고, 애완 요괴가 일정한 기간을 정해 그동안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율이가 정한 ‘친구를 사귈 때까지’의 기간이 애요와 헤어지는 순간을 만들게 된다. 인사를 하고 투명하게 사라지는 애요. 나의 애완요괴가 사라지는 것이 슬플까, 아니면 내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이 더 기쁠까?

여러 편의 단편들 속에서 짧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만지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가끔 궁금한 건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을 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아이들은 이 깊은 부분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이들만의 언어로 바뀌어서 마음에 스며들까? 어찌 되었건 짧은 동화 속에 흐르고 있는 깊은 이야기들이 없어지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에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