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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상점 - 당신의 상처를 치유해드립니다
변윤하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평점 :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그동안 숨기고 있던 속마음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고작 15년 살았을 뿐인데.... 대체 언제까지 이런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바늘 상자에 있던 실을 다 써버린 지 오래였다. 더는 그림자를 수선할 수도 없었기에 절망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 스스로 힘들어 하던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주인공이 끊어버리고 싶었던 그림자 같이 나를 초라하게 하고,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게 하거나, 나 스스로를 자신없게 만드는 것 말이다. 물론 나에게 3개의 그림자가 있다면 지금의 이런 단점 정도가 아니라 정말 숨이 막혔을 것 같지만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힘든 것들도 많으니 경중을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리에게는 그림자가 3개다. 아빠도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여리가 선택한 건 죽음이었다. 여리에게 있는 그림자 3개는 삶을 정말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 같은 거다. 정말 죽고 싶었던 건지 그냥 흉내만 내고 싶었던 건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옥상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 열이는 두 개의 그림자를 끊어낼 수 있었다. 그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리가 마지막 그림자를 떼어내려고 했을 때 열이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해준 것은 해우였다. 그래서 여리는 죽지 않고 버텼고, 2년이 지난 어느날 다시 돌아온 그림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되어 여리에게 돌아온 그림자 유나와 초는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여리에게 그림자 상점에 주인과 함께 가야한다고 했다. 과연 여리는 그림자 상점에서 죽어가는 그림자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하나 있는 여리의 그림자도 역시 희미해져 가고 있었으니 여리는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림자 상점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고 험난했다. 유나는 초와 여리를 잠들게 하고 여리의 마지막 그림자를 훔쳐서 어디론가 떠났다. 둘은 헤매다가 우연히 찾은 길목분식에서 할아버지를 만났고, 할아버지는 그림자 상점에 줄 상자의 전달을 부탁했다. 그리고 어떤 섬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었다. 섬에서 다시 만난 기억을 잃은 해우와, 섬에 있는 호텔의 여사장. 그들과 다시 얽히면서 여리는 그림자 상점에 가는 길을 조금씩 찾아가게 된다. 중간에 호텔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호텔비를 갚으려고 한참이나 머물게 되는 일도 생기고, 사냥꾼을 만나 계약도 하게 된다. 사냥꾼이 그림자를 잡아서 피 흘리게 만드는 것을 본 여리는 그림자를 가지고 도망을 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결국 그림자 상점을 찾게 된다.
여행 중간에 여리는 다른 이들의 그림자와 만나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그림자가 원래의 인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금방까지 함께 했던 호텔의 여사장의 그림자나, 주방장의 그림자도 그랬다. 나의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어떤 점이 나와 닮고, 어떤 부분은 나와 완전히 다를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나 자신에 대한 부분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꾸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나의 그림자는 내가 힘들어하는 그런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점만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부끄러운 것은 없으면 좋겠다.
결국 여리가 그림자 상점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볼 때 그림자 상점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나왔다. 그렇게 찾은 그림자 상점의 주인은 아빠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서 자신에게서 그림자를 훔쳐간 다른 그림자 유나도 다시 만나게 된다. 유나에게는 다른 그림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내가 창피해하는 나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과 비슷한 의미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그림자, 어떤 다른 모습의 나를 선택하고 싶어질까?
그냥 책 속의 여리처럼 나도 어쩌면 나 스스로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초는 여리의 그림자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했지만 유나는 결국 거기 남아있는 것을 선택했다. 어쩌면 주인공처럼 나도 어느 부분의 나는 매일 매일 조금씩 잃어버리면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의 선택은 늘 반복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지막에 작가가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참 힘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문득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동화를 쓰기 위해 공부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확실히 재능이 부족하다. 알고 있는데 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더 어려웠다. 어쩌면 너무나 많은 순간 ‘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나를 아프게 찌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버리지도 못하고, 안고 가지도 못하는 많은 순간을 나는 또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문득 그림자 상점에 가서 나도 내 그림자를 다시 수선하고 오고 싶어진다. 그러면 조금 더 자신있어지지 않을까? 나의 삶에 대해서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말이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