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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ㅣ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어쩌면 스스로 선택한 운명, 주홍글자 A
고전을 보면 종교가 자주 등장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기독교인건 아마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주홍글자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작가들 대부분이 목사의 자녀 였거나 청교도 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랐으니 어쩌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쓰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의 현대처럼 종교가 아니고도 이야기 할 주제들이 넘쳐나면 아마도 종교에 기반한 작품 보다는 다양한 글이 나올 수 도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특히 영미문학의 고전들을 읽을때와 지금의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한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 주홍글자를 읽어나가면서 첫 느낌은 아... 또 종교... 하는 생각에 선입견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첨에 알던 마녀사냥이 주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접했는데 읽다보니 또 그것만은 아닌것 같아서 좀 신선했다 그리고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나레이터가 이야기 해주는 듯한 구조도 나름 재밌었다.
일단 중요한 인물인 헤스터 프린과 목사라는 신분에 부정한 짓을 저질러 죄의식에 싸여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딤즈데일...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딤즈데일을 괴롭게 하는 로저 칠링워스... 그리고 헤스터의 시크한 아이 펄... 이야기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인물간의 묘사가 디테일하고 헤스터와 딤즈데일의 죄의식에 대한 심리묘사나 독백이 디테일 해서 그런 부분에서는 몰입이 잘 되었다.
손수 정성들여 자신의 가슴에 한땀한땀 수놓은 주홍글자를 달고 다니는 헤스터를 보면서 기독교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강요하는 죄의식에 너무나 깊이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헤스터가 이럴 정도면 직업이 목사인 딤즈데일은 남편이 있는 여자와 간음을 하였으니 그 죄책감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간단히 사랑만 놓고 종교는 빼고 목사라는 신분만 빼고 남자와 여자로 보면 둘은 그냥 사랑했을 뿐인데 시대적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고 한명의 목숨까지 가져가 버리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물론 그 누구도 딤즈데일에게 죽음을 강요하진 않았으나 목사는 죄의식에 점점 말라죽어갔다...
한때는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엄청난 고민이 있었을때 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이란 책을 봤는데 원시 사회에도 종교와 비슷한 것들이 존재 했었고 그때 사람들을 통제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근친상간" 이라는 행위를 선택해서 그걸 행한 사람은 엄청난 죄의식에 빠지게 만들고 처벌함으로써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그 죄의식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회계하고 종교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는 내용을 접했었는데 이 주홍글자를 읽으면서 정말 사람이란게 그런건가? 죄의식은 스스로를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를 더 눌러 더 종교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헤스터와 딤즈데일이 마을 사람들을 피해 도망을 가면서 헤스터는 자신의 가슴에 선명하게 붙어있는 주홍글자를 떼어 내지만 얼마가지 못해서 자기 스스로 그 글자를 가슴에 다는 장면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모르지만 난 이 책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섬뜩한 부분이었다... 하긴 이런 장면들은 멀리 고전에만 있는건 아닌 듯 싶다 가까이에서만 봐도 일에 찌들어 피곤하면서도 일주일 내내 교회를 가는 친구도 있고 매일매일 자신의 업장소멸을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시는 우리 어머니도 있다... 과연 우린 그렇게 많은 죄를 지은 것일까? 내가 알기에 내 지인들은 매일 죄를 빌 만큼 큰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그 둘은 그냥 사랑했을뿐이다 죄를 지었다면 로저에게 빌면 그 뿐이었다 평생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다닐 일은 아닐 것이다...
마녀사냥에 있었던 시대에 부정을 저질렀던 헤스터 였지만 가만히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간음을 했다는 자신의 죄의식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평생 거기에서 헤어나질 못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헤스터의 입장이 아니라 섣불리 말은 못하겠지만 종교라는 틀 안에 있지 않았다면 충분히 툭툭 털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좀 다른 이야기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영화 <박쥐>에서 믿음의 크기를 시험해보기 위해 자신의 몸에 스스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신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없이 고민했지만 종교에 대한 해답은 역시나 얻지 못했고 아마 내가 죽을때 까지도 확실한 해답을 얻긴 힘들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누굴 해하거나 전쟁을 일으킬 힘도 없는 개인들이 종교라는 틀 안에 들어가서 엄청난 죄의식에 사로잡혀서 얻으려는 구원은 얻지 못하고 스스로를 말려 죽이는 이런 상황들이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짜증이 난다.
결말을 보면서 종교란게 없었다면 헤스터와 딤즈데일 그리고 펄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이 서로 섞이지 못하고 교리에 묶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현실이 17세기 초창기의 상황과 많이 다르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 난 항상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리영희 선생의 글을 실어본다. 이 글만 본다면 17세기의 뉴잉글랜드보다 우린 더 종교적인 민족인지도 모르겠다...
서울 여의도 안양남부 순복음교회가 신자 수에서 세계 제1, 2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50대 대형 교회 중 23개가 한국 교회인 것으로 미국 종교전문 잡지 "크리스천 월드"가 최근에 발표했다. 이 잡지가 출석 교인을 기준으로 조사한 ‘세계 50대 교회’를 보면 신자 수 10만 명을 넘는 교회는 여 의도 순복음교회(60만)와 안양남부 순복음교회(10만5천)두 곳뿐이고 서울 금란 감리교회(5만6천)가 7위, 인천 숭의 감리교회(4만8천, 9위), 인천 주안 장로교회(4만2천, 10위) 등이 10위권에 진입. 세계 50대 교회에 들어간 나머지 한국 교회는 △성락 침례교회(3만, 11위)△광림 감리교회(3만,12위)△영락장로교회(2만8천, 13위)△혜성 장로교회(2만3천, 15위)△소망 장로교회(2만2천, 16위)등. 이상 모두 서울 소재이다.
어쩌면 불교사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렇게 웅대한 교회와 사찰이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 남한사회의 군사독재, 부패, 인권탄압, 범죄, 폭력, 잔인성, 상호불신, 타락 ,부정, 이기주의, 향락주의, 빈부격차 또한 세계에서 으뜸이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것도 하나님의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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