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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어린시절
W. 휴 미실다인 지음, 이석규 외 옮김 / 일므디 / 2020년 6월
평점 :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하니 친구가 이 책을 권해줬다. 목사가 되려고 했던 친구는 아마도 상담에 대한 스킬을 익히려 이 책을 읽어봤다고 하던데 그게 벌써 20년 전의 경험인데 이 책을 추천하는걸 보니 대단한 책임은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구입을 하려고 했는데 절판이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중고로 구입을 해서 가지고 있고 읽지는 않았는데 (원래 사놓고 잘 안 읽는 스타일) 마침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신제품이 깡패라고 기존에 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되는 퀄리티에 양장으로 되어 있고 분량도 내가 좋아하는 500쪽 내외라 기분좋게 읽어내려 갔다.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다. 감정을 누르고 사는 문강태와 감정이 조절 안되는 고문영이 나오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이다.
올해부터 심리학 공부를 시작해서 그런지 드라마가 그냥 드라마로 안보인다. 그래서 좀 괜찮게 만들었다 싶은 드라마가 있으면 캐릭터 분석을 나름대로 하면서 보는 버릇이 생겼다. 강태는 책임을 강요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자신의 인생보다 형을 더 위하는 삶을 평생을 지속하다 보니 감정을 누르고 형을 위한 삶을 사느라 자신의 인생이 사라져 버렸다.
고문영은 어려서 부터 학대를 받다 보니 감정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항상 불안에 떨면서 살아왔다 자존감이 낮다보니 모든게 과하고 무시 받는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몸에 밴 어린시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부부는 두명이 결혼하는게 아니라 각자의 내면아이와 함께 결혼하는 것이니 네명이 결혼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결혼을 하신 부부들이나 동거를 하시는 커플이라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을 했다. 10년 정도 되었는데 정말 네명이 사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이게 딱히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들이었는데 저자가 네명이서 같이 산다고 이야기 하니 머리를 탁 때리는 현타가 와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와 온갖 풍파를 겪은 와이프가 만나 결혼을 했는데 역시나 서로의 내재과거아는 너무도 달랐다. 나는 항상 느릿느릿했다 그래도 생명의 지장을 받는다거나 사는데 있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와이프는 그렇지 않았다 그냥 먹고 사는 모든게 생존이랑 연결되어 있어서 매일이 전쟁이었다. 그런 와이프는 나를 답답해 했고 나는 그런 와이프를 급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부딪혔는데 항상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와이프가 이해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통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하는 과정까지 나아가고 있다.
심리학 공부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공부를 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데 공부를 안하고 관심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안보이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특히나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인 것 마냥 막 다루는 어른들을 볼때면 "나중에 저러면 분명히 아이에게 무시를 당할텐데", "저러면 아이가 삐뚤어질텐데",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갈수도 있을텐데..." 하는 것들이다. 그런 케이스들이 이 책에 정말~~~ 자세하게 나와있다.
덕분에 책을 읽는 기간내내 내 자신의 내재과거아에 대해서도 파악하게 되었고 따뜻한 부모가 되어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이제 종방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강태는 부모로 부터 너무 많은 책임과 강압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고 거기서 오는 따듯한 마음으로 고문영을 위로해주고 있다. 극중에서 오정세가 연기하는 상태도 어린시절 나비에 대한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강태에게 있어서 멋진 형이 되어가고 있다. 해결책의 시작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모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부모도 그렇다. 그들의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시작이 어딘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이런 파괴적인 정서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책의 페이지수는 500쪽 정도 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신의 상처받은 내재과거아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그 내재과거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과 본인 스스로 그 내재과거와의 부모가 되어야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일원이 되며 더 나아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중간에 나오는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나의 어린시절은 어떤 유형이었는지 체크를 해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의 케이스와도 비교를 하면서 나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관계를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롭고 힘든 인생길에서 자신의 어린시절의 부모가 되어 주는 일은 삶을 살면서 크나큰 도움이 되는 일이 될것임은 분명하다. 세상을 조금만 살아봐도 주변에서 격려를 받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들 알 것이다.
나라도 나의 내재과거아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부모가 되어 준다면 힘든 인생에서 나머지 길을 가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자신이 나쁜 버릇이 있거나 다짐만 하고 실행이 어렵다거나 알 수 없는 화가 많이 난다거나 한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원인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