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사물들, 논픽션과 픽션의 중간 이야기

가령 너무 가난해서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나은 집에서 살면서 조금 적게 일하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거나, 혹은 처음부터 아주 부자여서 이런 괴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같은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점점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되어가고 있다. 누구나 부를 꿈꾸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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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이란 작가도 생소했으니 '사물들'이란 작품은 당연히 처음 듣게 되었다 일단 책을 만나면 두께를 먼저 보기 때문에 넉넉하지 않은 두께는 신뢰가 안간다고 해야하나 언제부턴가 그런 이상한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런 나의 관점에서 '사물들'은 너무나도 믿음이 가지 않는 두께였다. 하지만 나의 그런 나의 실망을 단 한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이 책은 강력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제롬과 실비의 도시생활 적응기라 할 수 있는데 튀니스라는 도시에서 사회심리조사원(직업이 신선했는데 아마 일반인들을 대변하는 역할로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어 보인다)으로 일하면서 남들만큼 벌어 남보다 조금 더 쓰고 즐기면서 사는 제롬과 실비는 그런 소비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전원생활을 즐기러 떠나게 되는데 그들이 가는 곳은 스팍스라는 곳으로 본문엔 세상의 끝, 오지나 다름없었다고 나오는 걸 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일단 내용은 그런데 난 이 작품에서 좀 놀랬던게 사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에 놀라기도 했지만... 뭐랄까 진보논객이 쓴 특집 칼럼을 읽은 느낌이랄까? 한편의 사회과학 도서를 읽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우석훈, 김규항님의 글을 좋아하는데 약간의 소설형식을 가미했다고 가정하면 딱 이런 글이 나올 것 만 같다.

작품에서 제롬과 실비의 소비는 평범한 소비에서 취향으로 바뀌는데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남과 나를 구분 짓는 개성이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 수록 경제적으로 더 쪼들리게 된다. 그들이 항상 생각하는 건 불편함이 없는 삶인데 내가 보기엔 경제적으로 더 지불을 하기 위해 더 일을 해야하는 그들의 삶은 그들이 꿈꾸는 행복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2011년을 사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는 크게 달라보이지 않아 좀 씁쓸하다.


조르주 페렉은 이런 소비형태를 냉소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주인공들과 그들의 친구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들의 우정이란 서로 도와주고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만 가능 한 것 같았다... 라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에 묘사된 주인공들과 친구들의  생활패턴이 실제로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인 것 만 같아서 뜨끔하기도 했다... 조금 더 아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고 같은 뮤지션과 영화를 함께 소비하면서 동질감을 느끼지만 크게 봤을땐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게 없으면 못 살 것만 같다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이게 혹시 작가 자신의 이야기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 작가가 이야기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 별다를게 있겠는가 인간은 공감에 약한 동물이고 친분을 쌓는데 동질감보다 더 강력한건 없어보인다... 더구나 지금은 자본주의의 시대가 아닌가...

책을 덮으면서 인간은 역시나 만족을 모르고 누구에게나 있는 '쇼핑 뇌'를 자극해 줌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우린 더 갈증을 느끼고 한적함이 좋아 떠나간 곳에서는 이내 도시가 그리워지고 또 도시로 돌아오면 또 한적한 생활을 꿈꾸는 이런 악순환 때문에 인간은 어쩌면 평생 행복이라는 곳에 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50년 전에 씌여진 작품에서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 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시장은 브레이크가 나가 버린거 같아서 50년 전 보다는 훨씬 더 위험해 보인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엔 지금 세상에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소비하는 자들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장난 차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젠 국가도 자본의 눈치를 보니 일단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제롬과 실비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 아마 노년기를 보내고 있을 텐데 그들이 실존 인물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있었다면 만나보고 싶다... 만나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고 싶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어땠냐고...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그들이 던져주는 답이 크게 희망적이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물어보고 답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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