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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 - 불의의 사고 후 유튜버 CJPARK이 한 발로 굴리는 유쾌한 인생
박찬종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3월
평점 :
평생 자전거를 타며 살아온 한 사람이 트럭으로 인해 큰 사고를 겪어 왼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112일만에 다시 걷고 장애인 사이클 선수에 도전하게 된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무슨 우연인지 이 책을 읽기 한참 전부터 나는 이 작가를 알고 있었다.
꽤 유명한 블로거이자 유튜버였는지 관련 사고 소식을 알고리즘을 통해 유튜브에서 접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어째서 끝내 좌절하지 않고, 두 다리로 걷는 나보다 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살아갈 수 있을까?
트럭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처한 글쓴이가 가장 걱정했던 건 아내였다.
[나는 여기 이렇게 트럭 밑에 누워서 죽는구나. 서른두 살이면 죽기에는 참 아깝다. 영지랑 결혼도 해야 된다. 혼인신고도 이미 했는디, 괜히 내가 발목을 잡았나. 이렇게 끝날 줄 몰랐네. 영지랑 결혼하고 싶은디. 나 영지랑 내년에 결혼식 해야 되는디...] 20p
["교수님, 저 내년 5월에 결혼식이 있는데 걸어 들어갈 수 있을까요?"] -38p
사고 순간 죽음을 느꼈음에도 계속 아내의 이름만 떠올리고 있는 글쓴이의 사랑은 절절했다.
사고 후 성한 곳이 없는 예비신랑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
100일이 넘는 입원 기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채 병원으로 출퇴근한 아내분을 보며 이런 게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박찬종 님, 81킬로그램 나왔는데 맞으세요? 평소랑 비슷하세요?"
"어... 다리 하나가 3킬로그램 정도 되나요? 그럼 맞아요."] -58p
수술 후 암살 개그 장인이 되어버린 글쓴이는 시도때도 없이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암살 표창을 날렸다.
자신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경직된 사람들에게 분위기를 풀어주고자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것이었는데 보는 나도 웃음이 터졌다.
힘든 상황에서 주위 사람까지 배려할 수 있는 이 따뜻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글쓴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을 쭉 읽다보면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을 '편의'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글쓴이 역시 그랬다. (물론 책을 읽는 나도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장애인들에게 넓은 주차공간은 '필수'였다.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족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차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챕터를 읽으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필수를 편의라고 생각한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
글쓴이는 다시 페달을 밟는다. 익숙한 자전거와 낯선 한쪽 페달만을 밟고 다시 달려 나간다.
다다음 패럴림픽에서 힘차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를 사랑해주는 아내와 가족을 보면서 왜 이 사람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