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서다 - 2천 년 중국 역사 속으로 뛰어든 한국인들
최진열 지음 / 미지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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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도에 의하면 2009년 말 한국 내 외국인 인구가 약 120만 명으로 총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으로 근무지 발령을 받았다든지 아니면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처럼 취업을 위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 이는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에도 사람의 이주는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으로의 이주는 많았다.

신간 <대륙에 서다>(미지북스.2010년)는 중국의 여러 역사서들에서 찾아낸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들은 2,000년 간 중국과 인도, 중앙아시아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불굴의 한국인들이었다. 저자인 최진열은 이 책 서문에서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느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슴 뿌듯한 자부심보다는 그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숙연한 마음이 더 강하게 저미어온다. 전쟁에 패하거나 나라가 망한 탓에 포로와 인질로 끌려간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 가운데는 고선지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북위에 고구려인 황후가 있었다는 부분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백제가 망하고 부흥운동을 이끌었던 흑치상지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당히 흥미롭다. 백제 부흥운동은 지도층의 분열로 인해 약화된다. 이에 당은 흑치상지를 회유하고, 그는 이를 받아들여 당에 항복하고 만다. 당나라의 장군이 된 흑치상지는 토번과 돌궐의 침입을 막아내는 공을 세운다. 토번은 티베트계 유목민이 세운 나라로 비단길과 중앙아시아를 두고 당나라와 다투었으며, 이들의 힘은 막강했다. 당은 토번을 막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데 그 책임자가 바로 흑치상지였다. 그는 토번과의 전투에서 세 차례나 승리를 한다. 이 영향으로 토번은 이후 7년 동안 당에 침입하지 못한다.

흑치상지의 다음 상대는 돌궐이었다. 돌궐과의 전투에서도 대부분 승리하며 계속 높은 계급으로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당시 당나라의 실력자는 측천무후였다. 그녀는 자신이 황제에 오르는 데에 있어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펼쳤다. 모함을 받은 흑치상지는 투옥되었고, 얼마 후 감옥 안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흑치상지는 자신의 조국을 배반한 죄 값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임진왜란으로 말미암아 조선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빠진다. 이에 명나라의 도움을 청하게 되고, 명에서는 이여송을 총사령관으로 한 지원군을 보내온다. 여기까지는 우리의 역사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여송의 선조는 중국으로 이주했던 조선인이었다.

이여송의 아버지는 이성량으로 명나라의 대표적인 명장가운데 한 명이고, 요동의 방어에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다. 이성량의 고조부인 이영은 조선에서 죄를 짓고 명나라로 망명한 후 명나라의 장수가 되었다. 이후로 무관직이 세습되었다. 이성량은 몽골과 여진으로부터 요동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고 큰 전공을 세우게 된다. 이어 정1품에 해당하는 벼슬에까지 이른다. 이여송은 이성량의 맏아들로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실전 경험을 쌓는다. 그 후 여러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한다. 이때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이여송은 명의 장군으로 조선에 파병된다. 그가 명나라로부터 받은 명령은 전쟁이 명나라 영토로 확대되지 않게 막는데 있었다. 조선 조정에서는 한양수복 작전에 명군의 참여를 요청하지만, 이여송은 이를 묵살하고 평양에 머물며 기생들과 술만 마셨다.

명나라 정사서인 <명서>는 이여송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서에 묘사된 이여송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그는 조선의 왕과 대신들에게 무척 거만하게 굴었으며, 그의 부하들은 백성의 재물을 약탈하는 등 민폐만 끼쳤을 뿐 실제 전투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고 나타나있다.

이 책에는 거란과 여진에서 활약한 발해 인들의 모습도 있고, 조선을 구한 역관 홍순언의 가슴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가 서구 문물을 취한 소현세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나와 있는 자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최진열은 한국고대사, 중국사와 한중관계사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교수로 이 책에서 그는 중국의 방대한 사서에 수록된 우리 선조들을 찾아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중국에서 활약한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이미 외국 사람이 되어버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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