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대사 유적답사기 - 영산강에서 교토까지, 역사의 질문을 찾는 여행
홍성화 지음 / 삼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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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물은 고류사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이 불상에 대해서 “진실로 완성된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이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다.”라고 말하면서 최대의 찬사를 보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고류사 내유기(內由記)>에는 이 반가사유상이 “603년 백제에서 쇼토쿠 태자에게 전해준 불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최고 국보인 이 불상은 백제에서 만든 것인가? 대한민국 국보 83호인 ‘금동 반가사유상’과 일본의 ‘목조 반가사유상’의 형태와 양식은 매우 유사하여 같은 사람 혹은 같은 집단에서 제작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서기>에는 616년 신라가 불상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623년에도 신라에서 불상과 금탑, 사리를 보냈다는 내용도 있다. 이때 보낸 불상이 ‘반가사유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고류사 내유기>의 기록과 <일본서기>의 기록 중에 어느 것이 맞을까. 즉 ‘반가사유상’은 백제에서 온 것인지 신라에서 온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는 일단 ‘반가사유상’의 목재 재질에 있다. 반가사유상의 재질을 분석한 결과 ‘적송’이었다. 적송은 주로 강원도와 경북 북부 일대, 그리고 백두산에서 서식한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 일대라면 신라의 영역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 책 <한일고대사 유적답사기>(삼인,2008년)의 저자인 홍성화는 경북 봉화에서 발견된 밑동만 남은 석조 반가사유상에 주목한다. 이 석조 반가사유상은 백제 반가사유상이나 일본의 목조 반가사유상과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한다. 이 유물 역시 신라가 반가사유상을 일본으로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저자는 고류사로 간다. 도래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그곳에는 저자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는 동해안에 있는 울진의 봉평비를 찾는다. 이 비문 글자 중에 ‘파단(波旦)’이란 단어에서 그는 무언가 실마리를 찾는다. 단(旦)은 차(且)로도 볼 수 있다. 파단은 일본어로 발음하면 ‘하타’라고 읽으며, ‘하타’는 백제계로서 일본에 건너간 사람집단을 말한다. 이렇게 문헌 연구를 하면 부족한 부분은 직접 현지 답사를 하며 저자는 고대사의 진실에 접근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반가사유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하타씨족이 강원도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면, 필시 백제에서부터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백제인이 만든 반가사유상의 기법이 울진과 봉화지역에 전해진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신라가 이 지역을 통합하면서 이들 백제인이 신라인으로 둔갑된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일본 반가사유상의 고향을 백제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에는 영산강 유역의 고분 형태가 일본의 전방후원분인 것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고 있으며. 일본에 한자를 건네준 왕인의 숨은 이야기 속에 후대에 왕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한 일 양국 사람들의 추한 모습도 담아내고 있다. 또 무령왕과 일본의 관계, 임나일본부 등 고대사에 있어서 의문의 중심에 있는 부분들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우리나라 여러 곳과 일본을 종횡무진 돌아다닌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한국 고대사를 알려주는 한국의 사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권의 책이 고대사의 모든 부분을 자세히 말해주고 있지 않다. 고려시대에 쓰인 책이다 보니 그때까지 존재했던 삼국시대의 문헌의 내용을 기초로 해서 쓰여 졌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공백이 있다. 그래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중국의 사서나 일본의 사서인 <일본서기>를 인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에 그 한계가 내재되어 있다. 즉 어느 사서이든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일본서기>는 거의 소설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서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보다 훨씬 이전에 쓰인 책이다 보니 한국고대사를 해석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책이다. 그래도 문헌만 가지고는 연구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을 찾아가고 유물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역사 연구에 있어 답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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