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
김기봉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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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단어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도 그리 많지 않다. 음식문화에서부터 주거문화, 문화재 등 문화라는 말은 항상 우리의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즉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대답이 가능할 것이고, 그 정의도 다양할 할 것이다. 그것은 문화의 정의를 딱히 꼭 집어서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국어 사전적 의미로서 ‘문화’를 알아보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국어 사전적 정의를 보면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른 부분 전체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우리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간의 유전적인 요소와 태어난 이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요인이 합쳐져서 이런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문화’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음식문화를 한 번 생각해보자. 음식이란 일단 재료에 의존하는 바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데 그 재료라는 것이 공간의 환경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다시 말하면 추운 지방과 더운 지방에서는 전혀 다른 재료가 생산될 것이며, 강수량의 다소에 의해서도 달라질 것이고, 가축의 경우도 많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식문화란 오랫동안 어느 일정 지역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해서 그들에게 생존의 기본이 되는 먹거리에 대한 샐활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거주하는 공간이 다르다면 음식문화도 다른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음식문화란 철저하게 일정집단에 기초한 것이기에 이의 우열을 논한다는 것은 의미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화라는 것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 책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007년)에는 주요한 우리의 문화를 29가지를 각각의 필자가 소개하고 있다.

그 키워드 중 일부만 보더라도 ‘마니아 문화’, ‘독립영화’, ‘종교’, ‘양성 평등 문화’, ‘익스트림 스포츠’, ‘잘 죽음’, ‘행복 산업’ 등 어찌 보면 소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포함되어 있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실제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29개의 키워드들이 나름대로의 일관성 있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문화지형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아마 다양성과 상대주의에 대한 인정일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할 때에는 획일화와 단일화, 표준화가 성공의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는 이런 점들이 전쟁의 승리에 직결이 되는 점이다. 한국 현대에서 있어서도 군사독재시절에는 획일화가 문화가 주된 흐름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큰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그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몸을 경량화해야만 빠르고 쉽게 변화를 수용할 수가 있다. 이런 부분이 21세기에 요청되는 부분이다.

그러한 부분이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의 패턴이다. 이미 20세기의 산업사회는 지나갔고,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문화로 바꿈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지배적인 키워드는 ‘대량(mass)’이라는 접두어였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매스 미디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정보화 사회에서 대량은 쓸모가 없는 부분이 되고 말았다. 생산 시스템을 보더라도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각자의 개성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너와는 다른 나, 혹은 그들과는 다른 우리 등 서로 다름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졌고, 또 그 다름에 대해 가치를 부여해주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입장에 있는 것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입장도 존중받으며 소수가 결코 부끄러워하고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회! 바로 21세기가 그런 사회이다. 이 책을 읽으면 21세기 우리 한국인들에게 닥쳐온 다양한 문화 패턴을 읽어낼 수가 있다.

이런 패턴 속에서 과연 나는 어떤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것 역시 각자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될 것이며, 그것이 소수의 선택이더라도 사회 전체에서 기꺼이 다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21세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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