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오나리 유코 그림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달의 사막의 사박사박 / 기타무라 가오루

 

 

하지만, 이 세상에는 별의별 일들이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걸 알기에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고 장담해줄 수도 없었던 거죠. 단, 이것만은 사키가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엄마는 이 말을 해주었습니다.

"화내지 않을 거야."

 

-P.61-

 

1.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서정적으로 다가옵니다. 동시에나 나올법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달의사막' 이라는 일본 동요에 나오는 노래 가사라고 하네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된 책은, 옛날에 읽었던 <노란 코끼리>라는 책을 떠오르게 합니다. 두 책은 모두 편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의 순수하고도 아픈 모습,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성장해 가는 가족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수 있는데요. <노란 코끼리>가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극적인 반면, <달의 사막을 사박>은 감정은 최소화 하면서 담담하면서 밝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한번은 학교에서 배운 곡을 엄마가 불러준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사키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져서 정말이지 난감했답니다. 사키가 <예수는 인간 소망의 기쁨>이라는 곡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좋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자신만만하게 "따라, 리라리, 리라리, 리라리~" 하고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엄마의 콧노래는 정말 같은 곡을 부르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멜로디가 전혀 틀리지 뭐예요.

'예수님도 얼마나 황당하실까.'

 

-P.80-

2.

 

 책은 10살의 사키와 작가인 엄마가 마음으로 주고받는 12개의 따뜻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형식을 통하여 진행되는 이야기는 때론 웃기게, 때론 슬프게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담담합니다.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책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아름답습니다. 어린 사키와, 그녀의 엄마는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해 갑니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사키가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때, 그리고 의도치 않게 사키에게 상처를 주었을때 엄마는 아이의 마음이 어리지 않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강물꼭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사키의 엄마에게 전화 한통이 옵니다. 비상연락망을 통해 등교 시간이 늦춰진다는 연락입니다. 사키는 엄마와 비에 관한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비가 그칠즘 강가로 나갑니다. 비온 뒤의 맑은 하늘. 그 청명한 풍경 안에서 모녀의 모습이 삽화로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수채화 같은 하늘속 두 모녀의 이야기가 어릴적 엄마와 함께 걷던 섬진강변을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 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일엔 다 나름의 논리가 있구나. 사키야, 엄마는 널 사랑해. 하지만 네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있을 거야. 네가 엄마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거구. ... 그런 법이거든, 좋든 싫든.'

 

-P.98-

3.

 

 재밌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사키와 엄마의 일상은 즐겁지만 위에도 말했듯이 담담합니다. 큰 사건이 일어난다기 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주가 되다보니, 극적인 재미는 없습니다.

 

 이야기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건 작가가 미스터리 소설을 주로쓰는 '기타무라 가오루' 였다는 사실이였습니다. 국내에 출간된 책은 별로 없지만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이야기꾼 여자들>이라는 책의 작가가 '기타무라 가오루'였습니다. 미스터리라기 보단 잔잔한 괴담집의 느낌이였는데, 그 담담한 느낌이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던 것 같았습니다.

 

 한편의 수채화처럼 서정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사키와 엄마의 행복한 이야기가 종종 궁금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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