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이야기 -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 광장시장의 100년사!
김종광 지음 / 샘터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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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이야기 / 김종광

 

 

회사이름 '광장(廣長)'은 '광교(廣僑)에서 장교(長僑)까지'를 축약한 것이지만, '넓고길다'는 뜻으로도 풀 수 있으니, 백년지대계를 꿈꾸는 이름으로 손색이 없었다.

 

-P.36-

 

1.

 

 청계천 길을 따라 평화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광장시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입니다. 한복과, 구제 그리고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들로 이름을 알린 '광장시장'은 여느 서울사람들이 그렇듯 제게도 소중한 추억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광장시장을 찾은건 일명 멋쟁이라 불렸던 친구의 형 때문이였습니다. 명품로고가 붙은 구제 청바지를 헐값에 사올수 있다는 말은 유행에 민감했던 저와 친구들에게 더할나위없는 희소식이였는데요.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발길을 종로로 향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장을 찾았을때의 감각은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고소한 빈대떡 냄새와, 비릿한 생선냄새, 그리고 새 이불에서나 맡을수 있는 면의 냄새까지. 여러가지 냄새가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있는 그곳은 무척이나 넓었고, 복잡했습니다. 쾌적하고 정돈된 대형마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겁이나기도 했지만 금방 그 분위기에 휩쓸려 신나게 먹고 구경했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던 구제매장이 2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후에 집에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였습니다.

 

 그때 친구들과의 기억때문일지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종종 광장시장을 찾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면 꼭 한번씩 데려가 저렴한 가격에 육회와, 빈대떡을 먹고오곤 하지요.



 

"거기 예쁜 아줌마, 어딜 가세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서울은 이 나라 모든 것의 중심. 옷 또한 그랬다네. 서울 것이라야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아요. 특히 광장시장 것이라면 무조건 OK!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 의류 도매상가, 없는 옷이 없다네.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

 

-P.169-

2.

 

 이런 광장시장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는것은 책을 읽고난 후였습니다. 소설, 에세이, 논문, 신문기사, 취재기까지. 책의 형식은 무엇이라 명확하게 정의내리기가 힘듭니다. 신문기사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따라 소설로 변환시킨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하나의 형식에 얽매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광장시장의 상가를 소개하는 형식이 아닌 깊이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점이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대한제국의 설립과 함께 시작된 '광장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을 겪으며 커다란 고비를 넘겼고, 통금폐지와 함께 캬바레와 같은 유흥의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평범한 소시민들 입니다. '나'와 닮은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명확하게 끝을 내진 않지만 행복하게 끝나기에 더욱 기분 좋았습니다. 한가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전태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태일 평전을 읽을때와는 달리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왔기에 더욱 인상적이였습니다.

 

 

 

 

옷감을 사거나 배달을 하거나 버스안내원이거나 파출수납 다니는 은행원이거나 장을 보러 다니거나..... 이러저러하게 광장시장에 자주 드나들었던 이들의 숫자는 수백만 명에 달할테다. 그들의 아들딸들에게 광장시장 말고 또 어디가 고향일 수 있겠는가.

 

-P.254-

3.

 

 IMF를 겪으며 광장시장은 또한번의 위기를 맡습니다. 사치품에 가까운 의류에 손님들은 가장먼저 발길을 끊었고, 절반에 가까운 점포들이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광장시장 사람들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책은 단순히 광장시장의 역사만을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추억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속에는 홍보처럼 보이는 문구들도 없잖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후반부에 나오는 맞춤복을 맞추는 가격이라던지, 리폼에 쓰이는 저렴한 가격은 광장시장 한번 가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 (그래도 일반 가게에 비해서는 훨씬 저렴하지만)과, 2층 구제시장의 호객행위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불만을 표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대형마트를 주로 찾게 되지만, 마음은 재래시장을 향하고 있을때가 많습니다. 멀리 떨어져있어 쉽게 갈순 없지만 갈때마다 푸짐한 상인들의 인심은 이렇게 재래시장을 쉬이 포기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책을 덮고나니 다시한번 마음속에 시장의 첫 감각이 생각납니다. 기분좋은 설레임에 왠지 잠이 잘 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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