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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 - 두 남자의 수다액션 블록버스터 여행에세이
김강우.이정섭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김강우.이정섭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 / 김강우, 이정섭
본 여행기의 궁색한 사유와 미사여구로 채워놓은 이야기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려줄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떠나는 데 이유 없다. 왜 떠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돌아왔을 때 여행 스스로 그 답을 주기 때문이다.
-P.7-
1.
서점 한켠에 따로 칸이 나뉘어 있을만큼 여행 에세이는 많고 다양하다. 음식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여행을 하는사람, 특정 나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 음악과 함께 여행을 하는사람 등 그 수많은 여행 에세이들 가운데서 내가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누구와 떠났는가. 나에겐 이게 가장 중요한 테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한다. 낯선 장소에서 나는 혼자 또는 누군가와 많은것을 체험하고 성장했다. 혼자하는 여행과, 함께하는 여행은 각각의 장 단점이 뚜렷하다. 그때 그때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여행은 함께해야 즐겁다는게 바뀌지 않는 신조이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통한 간접 경험을 할때 혼자하는 여행보다는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한 여행기를 선호한다.
2.
감독과 배우가 함께한 여행기라는데 흥미가 동했다. 브라운관 속에 보여지는 인물과, 그 인물을 표현하는 작가의 여행은 어떨까 궁금해서 책을 펴보게 되었다. 생각외로 둘의 이야기는 가벼웠다. 배우 김강우와 영화감독 이정섭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김강우 이정섭의 태국 이야기는 내가 경험했던 태국 이야기와 다른듯 닮아 있었기에 위화감 없이 잘 읽혔다. 여행 에세이의 목적이 재미와 대리만족이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참으로 충실히 해 나간다.
이때 강우 녀석 또한 아이폰으로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부디 검색하다 아이처럼 조용히 잠들기를 바라고 있었다. 인적이 없고 황무지 같은 곳을 좋아하는 이 녀석의 특성상 어떤 여행지를 선택한다 해도 내가 고생할 여지는 많았다.
-P.120-
3.
책에 태국이라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주가 되는 내용은 두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느꼈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브라운관 속의 배우가,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솔찍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즐거웠던 점 중 하나였다. 글의 초입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해 정의 내린다. 어쨌거나 이 둘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기존에 '나'가 아닌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였다. 각각 '잭', '쥴리'라는 새로운 애칭으로 여행을 시작한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 아니였나 생각해 본다.
4.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다양한 형식에 있다. 단순히 사진과 감성돋는 글귀만을 내세운것이 아니라 짧막한 카툰, 인터뷰 형식의 고백을 통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에세이의 단점을 극복했으며 흥미또한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아무도, 아무것도 나에게 모든 걸 맞춰주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나를 맞추어가야 할 뿐. 사람들은 대게 여행을 가서야 자신의 입이 무척 짧고, 방향을 헤매는 방향치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민감하며, 낯선 베개를 베고 잠을 못 이루는 예민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낯선 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다. 내가 겁보라는 사실, 또 무척 예민하다는 사실도 실상 여행을 떠나보고서야 비로소 알아낸 것들이다. 허나 이제껏 드러나지 않아 몰랐을 뿐 그 모든 것 역시 나인 것이다. 단지 현실에서 익숙했기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나와의 만남! 나는 이 순간이 참 짜릿하다.
-P.174-
5.
위에 인용한 구절처럼 여행이란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낯선 내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으로 짜릿한 일이다. 거기에 나를 잘 알아주는 좋은 벗이 함께라면,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며 우정의 깊이를 더욱 넓혀줄것이다. 군대에서 무척이나 친하게 지낸 녀석과 베트남 여행을 계획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지만 이 둘처럼 멋진 추억을 남기고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