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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드롭스 10 - 번외편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우니타 유미의 <토끼 드롭스>가 완결되었다. 정확히는 재작년 나온 9권이 완결이었고, 이번에 나온 10권은 번외편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지켜보았던 이야기가 완결되어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지만, 번외편이라는 선물은 반갑다.
이번 10권에는 총6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린이 다이키치와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린과 코우키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이야기도 있고, 둘이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도 다채롭다. 린과 다이키치 외에 코우키와 린의 엄마 마사코의 이야기도 있다. 본편과 큰 상관은 없지만, 읽고 나니 본편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특히 린과 다이키치 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각 인물들의 입장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작은 하트>와 <미궁에 빠지다>였다. <작은 하트>는 린이 다이키치 집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을 시점의 이야기로,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의 시작을 보여준다.
『토끼 드롭스 9』 에서 다이키치가 할아버지가 린의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다이키치가 밝힌 이유는 ‘너와 내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할아버지라는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게 필요했다.’는 것.
<작은 하트>를 읽고 비로소 그 대목의 다이키치 말의 의미가 좀더 깊고 명료하게 다가왔다. <작은 하트>에서 다이키치가 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걱정을 떨치는 시점이 바로 린이 할아버지에게 자신과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는 사실을 안 순간이었다. 육아라곤 전혀 모르는 미혼남이 아이의 돌발 행동에 계속 당황만 하다가 둘 사이에서 유대감을 발견한 순간 마음 한 편에서 안도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이 참 따뜻하고 보기 좋았다.
<미궁에 빠지다>는 코우키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코우키가 중학교 시절 오랜 방황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린의 옆에 나란히 서는 것’ 이었음을 깨닫는다. 본편을 볼 때도 코우키는 어딘지 안타까웠는데, 이번 <미궁에 빠지다>를 보고 나니 그 마음이 더욱 진해졌다. 바로 옆에 있는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다 마침내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린과 코우키가 잘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그런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았다. (개인적으로 다이키치와 코우키 엄마가 이어지길 바랐고, 그 다음으로 린과 코우키가 잘되길 바랐는데, 어째 두 커플 다 무산되어버렸다.)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모두 재미있다. 코우키 이마에 난 상처의 진상이 궁금했는데 이번 번외편을 통해 말끔히 해소했다. 책 뒤에 있는 우니타 유미 작가 인터뷰도 읽어볼 만하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 <토끼 드롭스>를 본 게 3년도 전인데, 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어린아이였던 린이 자라서 행복한 결말을 맞은 모습(다소 충격적이긴 했지만)까지 보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이제 정말 안녕을 해야겠다. <토끼 드롭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