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마스다 미리의 유일한 커플 만화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권이 나왔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치고는 드물게 시리즈라서 어떻게 계속 이어질까 궁금하기도 했던 이 책.
치에코 씨와 사쿠짱은 변함없이 사이좋고, 부러운 부부다. 1, 2권에서 제멋대로 굴던 치에코 씨도 이번 권에선 뭐랄까, 좀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사쿠짱에게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다가도 때로는 엄마처럼 누나처럼 그를 생각하는 모습. 무척이나 애틋하다.
이 부부를 보고 있으면, 부부의 삶이라기보단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생각이 더 든다. 그래서 이 책이 환상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기사 이 부부의 모습은 한국의 현실에선 환상에 더 가까운 듯하다.
부부답지 않다는 건, 현실감 없고 핑크빛 로맨스로 가득하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의 역할을 아내와 남편으로 나누고 강요하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만화 속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충실하고 때로는 각자의 행복을 생각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부라는 관계로 맺어진 이후엔 아무래도 서로에게 바라고 원하는 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난 바로 그 점이 이 만화의 단점이자 장점이라 생각한다. 함께하는 삶이 단지 부부라는 관계로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현실의 부부는 그러기 힘들기 때문에 부부의 삶을 기대한 독자들에겐 괴리감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점이 이 만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마냥 함께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함께하는 삶인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만화가 던지는 물음이 아닐는지? 그 지점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지낼 때 비로소 함께하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작가의 노림수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이번 3권에선 치에코 씨가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을 인용한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제일 행복한 날이란 건 근사한 일이나 놀라운 일,
흥분되는 사건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진주가 실을 따라 한 알 한 알 미끄러지듯 단순하고 작은 기쁨을
계속해서 가져다주는 하루하루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