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을 처단하라

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산북스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도서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집행관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 함은

철저히 형사의 입장에서 잔혹한 살인범을 추적하는 것인데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인 최주호라는 역사학자 교수는

살인을 한 집행관들에게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면서도

협박을 받기도 하고

그들의 손길을 피해보려고 하였으나

시간이 갈 수록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게되고 그들의 일부가 된다.

집행관들은

죽어도 싼, 인간 쓰레기, 공공의 적이라 표현해도 될 만큼 나쁜 인간들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칼날을 휘두른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론 역시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범인이 환영 받는 상황.

집행관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국가를 위한 내부 고발, 비리를 폭로 하였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아 내쳐진 인물들이다.

다들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연이 없다.

오히려 이 사건을 쫓는 우경준 검사는 스폰을 받는 검사로 비리가 있고,

두 번째로 살해 당한 피해자(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비리 정치인)와는 깊은 인연도 있다.

마지막 장에 결국 그도 살인을 한다. 하지만 법의 이름이기 때문에 정당하다.

소설 속에서 법은 철저히 무용지물처럼 느껴졌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했다.

읽는 동안 나 역시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어느 편에도 서지 못했다.

그래서 소설을 보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다.

살인을 집행할 인물을 찾을 때

철저히 검증을 하고 회의를 통해 인물을 선정한다.

선정하는 절차와 과정에 죄에 관한 것만 있을 뿐

그 인물이 누구와 친분이 있고, 누구와 연줄이 있고,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으며, 어떠한 권력을 갖고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통해 심판하고 집행한다.

하지만 결국, 살인이 아닌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법원에서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하면 누구나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개인이다.

대의를 위해 모였다지만

사실 다들 개인적인 원한과 풀지 못한

억울함과 분노를 가슴에 가진 집행관들은

결국 송교수의 말처럼 '너무 심장이 뜨거워서'

그 개인적인 정, 원한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된다

한 마음으로 집행을 위해 모였지만

결국 조직의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칼날을 겨눠야 한다.

그들의 살인행위에 100퍼센트 동조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몰락은 안타까웠다.

아직 배후가 버티고 있으니 몰락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집행관은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까?

그들은 또 어떤 인물들을 처단할까?

[100자평]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ㅣ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책 진짜 웃깁니다. 낄낄대며 읽다 평 남기러 옵니다.

명심보감-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 인문학 - 처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고전 입문서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0월

교육학 용어 중에 "비계설정"이라는 말이 있다. 디딤돌, 발판 역할을 하는 건축에 쓰이던 용어인데 한정주라는 저자는 나에게 고전을 읽는 비계가 되어주었다.

처음 읽게 된 책은 사기 인문학이다. 이 저자는 나에게 고전은 어렵다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었다. 사기 인문학을 읽으며 사마천의 사기가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좀 더 어려워 보이는 고전책을 읽어나가보려 했지만 .... 역시나 어려웠다. 이후 이 저자가 쓴 책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놓았었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책에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읽을 때는 밑줄도 긋지 않고 그냥 끄덕이며 넘어갔는데 이상하게 머리에 맴도는 구절이나 대목이 있다. 그럴 때면 기억을 더듬어 책을 뒤적여 그 부분을 찾는다. 

이 책에서도 그런 구절이 있었다. 효에 관한 것이다.

최상의 효도란 무엇인가

증자 :효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을 존경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다음은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이다.

-공명의 : 그럼 선생님은 효도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증자 :  그것이 무슨 말이냐, 그것이 무슨 말이냐! 자식이 효도를 한다고 말할 때는 부모님이 그 뜻을 나타내기 전에 먼저 알아서 이루어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부모님을 모시는 도리에 어긋남이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단지 부모님의 몸을 봉양하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어지 효도를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부모님의 뜻, 곧 마음을 봉양하는 것' 과 '부모님의 몸만 봉양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증자의 효- 부모님의 뜻, 곧 마음을 봉양하는 것 >

증자는 반드시 술과 함께 고기를 상에 차려서 아버지 증석을 봉양했습니다. 그리고 증석이 술과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상을 들고 나올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드릴까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이에 증석이 "남은 술과 고기가 있느냐?"하고 물으면 "예,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증원의 효 - 부모님의 몸만 봉양하는 것>

그 후 증석이 죽고 증자도 나이가 들어 자식의 봉양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증자가 아버지를 모신 모습을 보고 자란 증자의 아들 증원 역시 반드시 술과 고기를 상에 차려서 증자를 봉양했습니다. 그런데 증원은 증자가 다 먹은 뒤 상을 들고 나올 때, 다른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줄 것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또한 증자가 "남은 술과 고기가 있느냐?"라고 물으면 "아니오,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증원이 이렇게 한 까닭은 남은 술과 고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상에 차려서 내놓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증원의 행동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한 효도는 이른바 부모님의 입과 몸만 봉양했다고 할 수 있다."

효는 요즘 우리 세상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지 않는 가치가 되어 버렸다. 아이가 귀한 세상.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어떻게 부모님을 잘 모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보기 드물다. 

나는 몸이 아픈 부모님을 좋은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 뵙는 것 정도면 일반적으로 자식으로서 도리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은 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지 않고 직접 집에서 모시는 정도면 가장 큰 효도라 생각했다. 그런데 증자는 몸만 봉양하는 것은 효도를 다 했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살펴야 효도라고 말한다.

지금은 내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몸을 봉양해 드려야 할 만큼 늙지도 않으셨다. 몸을 봉양하는 것은 못해드려도 마음을 봉양하는 효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전화 드리기. 자주 찾아뵙기, 잔소리도 감사하며 듣기, 늦기 전에 사랑한다 말씀 드리기

[100자평] 발코니에 선 남자

[전자책] 발코니에 선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2월

북유럽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로재나를 읽고 사실 긴박함이나 소문만큼의 재미를 못 느꼈어요. 그래서 마르틴베크 시리즈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코니에 선 남자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