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인문학 - 처음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고전 입문서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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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용어 중에 "비계설정"이라는 말이 있다. 디딤돌, 발판 역할을 하는 건축에 쓰이던 용어인데 한정주라는 저자는 나에게 고전을 읽는 비계가 되어주었다.

처음 읽게 된 책은 사기 인문학이다. 이 저자는 나에게 고전은 어렵다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주었다. 사기 인문학을 읽으며 사마천의 사기가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좀 더 어려워 보이는 고전책을 읽어나가보려 했지만 .... 역시나 어려웠다. 이후 이 저자가 쓴 책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놓았었다.


책을 읽을 때 나는 책에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읽다보면 읽을 때는 밑줄도 긋지 않고 그냥 끄덕이며 넘어갔는데 이상하게 머리에 맴도는 구절이나 대목이 있다. 그럴 때면 기억을 더듬어 책을 뒤적여 그 부분을 찾는다. 


이 책에서도 그런 구절이 있었다. 효에 관한 것이다.


최상의 효도란 무엇인가


증자 :효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가장 큰 효도는 부모님을 존경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다음은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이다.

-공명의 : 그럼 선생님은 효도를 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증자 :  그것이 무슨 말이냐, 그것이 무슨 말이냐! 자식이 효도를 한다고 말할 때는 부모님이 그 뜻을 나타내기 전에 먼저 알아서 이루어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부모님을 모시는 도리에 어긋남이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단지 부모님의 몸을 봉양하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어지 효도를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부모님의 뜻, 곧 마음을 봉양하는 것' 과 '부모님의 몸만 봉양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증자의 효- 부모님의 뜻, 곧 마음을 봉양하는 것 >

증자는 반드시 술과 함께 고기를 상에 차려서 아버지 증석을 봉양했습니다. 그리고 증석이 술과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상을 들고 나올 때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드릴까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이에 증석이 "남은 술과 고기가 있느냐?"하고 물으면 "예,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증원의 효 - 부모님의 몸만 봉양하는 것>

그 후 증석이 죽고 증자도 나이가 들어 자식의 봉양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증자가 아버지를 모신 모습을 보고 자란 증자의 아들 증원 역시 반드시 술과 고기를 상에 차려서 증자를 봉양했습니다. 그런데 증원은 증자가 다 먹은 뒤 상을 들고 나올 때, 다른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줄 것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또한 증자가 "남은 술과 고기가 있느냐?"라고 물으면 "아니오,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증원이 이렇게 한 까닭은 남은 술과 고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상에 차려서 내놓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증원의 행동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한 효도는 이른바 부모님의 입과 몸만 봉양했다고 할 수 있다."



효는 요즘 우리 세상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지 않는 가치가 되어 버렸다. 아이가 귀한 세상.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어떻게 부모님을 잘 모실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보기 드물다. 


나는 몸이 아픈 부모님을 좋은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 뵙는 것 정도면 일반적으로 자식으로서 도리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은 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지 않고 직접 집에서 모시는 정도면 가장 큰 효도라 생각했다. 그런데 증자는 몸만 봉양하는 것은 효도를 다 했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살펴야 효도라고 말한다.


지금은 내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몸을 봉양해 드려야 할 만큼 늙지도 않으셨다. 몸을 봉양하는 것은 못해드려도 마음을 봉양하는 효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전화 드리기. 자주 찾아뵙기, 잔소리도 감사하며 듣기, 늦기 전에 사랑한다 말씀 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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