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 우리가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도시의 안녕을 고민하다
최성용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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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집중을 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쉬어가는 구간이 없달까? 어쨌든 다 읽고 나니 약간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 진중한 이야기들이었다. 특정 주제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차별이 아닐까?'한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좋을듯한, 이왕이면 인지를 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 해보도록 하겠다.

1. 쓰레기, 내 눈앞에서만 사라지면 끝일까.
쓰레기와 분리수거는 오랫동안 내 관심사였다. 예전에 통번역 과정 중 내가 맡았던 주제인 '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알게 되면서부터 였다. 태평양 한 가운데 프랑스 국토 세 배 면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니! 한글 자료는 아예 없었고 영어 자료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섬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왜 사람들은 이런 엄청난 일을 언급조차 않는건지 이래저래 의심스러웠었다. 그 때 조사를 하며 느꼈던 것이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서 모른다기 보다,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구나' 라는 것이었다. 새벽에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수거해가면 더이상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남에 유니온 파크에 대해서 처음으로 찾아봤는데 이런 류의 멋진 시가지 소각장들이 늘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도시를 향해.
벤쿠버에서 살 때 정말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는 버스였다. 엄밀히는 저상 버스와 그것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었다. 한국이었다면 휠체어를 타기 위해 슬로프를 펴고 접을 때 이미 사람들은 답답해서 본인도 모르게 눈치를 주고 말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냥 물 마시듯 흔한 일이라 나도 신경을 안 쓰게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저상버스가 들어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저상버스로 말이 많다. 2004년 교통약자법이 생기고, 2007년 계획에서 저상버스 도입률을 2016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었지만, 작년 기사를 보니 아직도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도 시내버스 기준이고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 버스는 20년째 0%라고 한다. 문득 며칠 전에 읽은 <수어>라는 책의 한 문장이 떠오른다. "비장애인인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비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3. 하늘길, 물길, 땅길, 올킬.
운전을 하다 가장 마주치기 싫은 순간이 있다. 바로 로드킬. 일단 죽은 사체에 놀라고, 다음으론 마음이 아프다. 인간들 때문에 불쌍한 너희가 죽었구나. 그리고는 치워지지 못하고 계속 치일 사체가 마음에 걸린다. 보통은 그저 다음 생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태어나길 바라며 명복을 빌어줄 뿐이다. 그래도 요즘은 생태통로도 많이 생기고, 방음벽에도 효과 없는 맹금류 스티커 대신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들이 붙고 있다. 뒤늦게라도 알아차리고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4. '뜨는 동네'의 딜레마, 극복할 방법 없을까.
요즘 젠트리피케이션도 정말 많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숲의 천이처럼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돈이 엮여있다. 특히 상권들은, 그 거리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 상점들이 대부분 높은 임대료에 쫓겨난다. 명동, 홍대, 연남동 등등에도 대기업 프렌차이즈들이 개성을 없애 버리고, 이제는 어디를 가도 다 비슷비슷한 거리가 되어버렸다. 상업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던 스팟들이 인스타와 페북에 몇 번 오르내린 뒤 엉망진창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변화들이 영 반갑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제도적인 규제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복개천이나 그린벨트, 갯벌, 빗물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더 많지만 읽는 재미를 위해 글을 줄여보도록 하겠다. 모두가 이기심을 조금 줄이고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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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딴딴 시리즈 1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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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수화 언어. 사전적 의미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을 달리 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다.

이상하게 나는 수어를 접할 일도, 농인 친구도 없었는데 스무 살 무렵부터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수어 배우기가 있었다. 외국어를 좋아했던 나에게는 그저 '또 다른 언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어가 언젠가 쓰일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는 작은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 엄청 금방 읽혔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수어를 단순한 손 동작이라고 오해하고 있었고, 한 때 내가 정말 좋아했던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잊고 있었으며, 수어를 꼭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최근에 BTS의 <Permission to dance> 뮤비를 문득 보다가 후렴 부분에 안무가 왠지 단순한 춤 같지 않아서 찾아보니 수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무척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우리가 비장애인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장애인들에 대한 인지가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노력이겠지만 나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꼭 그래야겠다. 굳이 쓰는 이유는 나도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지고 살도록,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쓴 대로 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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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에이플랫 시리즈
강상준 외 지음 / 에이플랫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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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취미가- 35명의 작가들이 본인들의 취미생활을 친구에게 소개하듯, 마치 수다 떨며 털어놓은 듯한 느낌의 에세이들이다. 나도 알아주는(?)취미 부자에 취미로라면 어디서 빠지지 않는 사람이라 읽기 전부터 더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슬기로울 취미생활, 너의 우주를 응원해>라는 멘트가 나를 확 사로잡는다! 태생이 덕후인 나를 위한 책이 아닐까🤭

...는 정답. 완전 덕후 취향 저격 도서였다. 장르조차 책, 영화, 음악, 게임이라 흥미진진! 근데 새삼 책을 읽으며 덕질의 영역이란 넓고 깊고 심오하다는 것을 느꼈다. 전부 나도 좋아하고 흥미가 있는 카테고리였는데도 반 정도는 아예 모르는 얘기였다. 전문적인 내용들도 많았고, 그게 아니라도 라이트 노벨이나 이야미스, 수호지, 웹소설 등은 읽어본 적도 없었고, 호러야 무서워서 못 봤다고 쳐도 아포칼립스물도 썩 익숙치 않았다. 씨름은 좋아하지만 스모는 잘 모르고, 요즘 아이돌들은 잘 모르지만 BTS는 안다. 예전에 좋아했지만 완전 잊고 있던 '말괄량이 쌍동이 시리즈'를 다시 떠오르게 해주고, 해달에 대한 애정을 일깨워주었다.

다양하고 모르는 이야기들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 취미부자들의 특징은 언제나 취미를 늘일 수 있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모르는 분야나 새로운 분야 탐험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은 나의 미개척 취미 분야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만 같아서 읽는 내내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그리고 덕후들의 에너지랄까?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때 뿜어져 나오는 숨길 수 없는 그 즐거움이 나까지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이 vol.2인지 몰랐는데 vol.1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기운으로 덕력을 충전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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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세트 - 전2권 오늘도 나무를 그리다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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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 세트로 나왔다. 그런데 책이 친절한데 좀 불친절하다. 말하자면 밥 아저씨의 “참 쉽죠오~?” 같은 느낌이다. 과정 설명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느낌?

어쨌든 나는 책에 그리는 걸 꺼려하는 편이라 (줄도 안 긋는 타입) 노트에 따로 그렸지만 사실 이 책은 누드제본이라서 책이 180도로 완벽히 펴지기 때문에 옆에 바로 그리기가 굉장히 편하다. 완전 칭찬해! 이런 류의 책들이 짜증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리고 싶은데 책을 완전히 펴기가 쉽지 않아서인데 그런 걱정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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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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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타임슬립물을 봤지만 단연코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 실제로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두꺼운 책이었는데 50페이지 정도의 느낌이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넘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년 생일이 되면 랜덤된 시점으로 가버리는 우나의 이야기이다. 과거일지, 미래일지 알 수도 없고 어디일지도 모르고… 나는 책으로 읽는 상황이라 흥미롭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정말 멘붕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아예 한 방향으로만 간다면, 예를 들어 과거로만 간다면 미래를 계속 나은 방향으로 바꿀 노력이나 시도를 할 수 있을텐데 뒤엉킨 시간의 흐름이라니.. 게다가 실수 투성이로 느껴지는 삶. 읽으면 읽을수록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작고 소소한 결정들이 큰 영향을 안 끼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이 모여 내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니까…. 결국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일까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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