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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나방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나방을 '자연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생일선물로 받은 나방 덫을 옥상에 설치해 덫에 걸린 나방들을 도구 삼아 생태학에 접근한다.
덫에 걸린 매미나방을 통해 탄생과 죽음, 번식의 힘을 말한다.
하인나방을 통해서는 자원의 가용성(먹이)에 따른 개체군의 크기와 경쟁을 다룬다.
저자는 참나무솔나방이 덫에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그것은 참나무솔나방의 기생자인 에니코스필루스 인플렉수스 라는 기생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방 덫은 나방 뿐 아니라 나방의 포식자까지 끌어들인다. 여기서 소비자도 소비가 됨을 보여주면서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설명한다.
소형나방과 대형나방을 통해 자손의 크기와 수, 성장과 번식에 투자하는 방식에 대한 생활사를 알아보고,
비행능력이 뛰어난 비녀은무늬밤나방을 통해서는 이주와 군집의 풍부도에 대해,
회양목명나방을 통해서는 외래종이 미치는 영향과 함께 멸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듯 나방을 매개로 생태적 흐름, 자연의 작동 방식, 자연을 지배하는 규칙에 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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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은 책이다.
어렵지만 재미있었다. 나방을 통해 본 자연은 경이로웠다. 서로 상호작용하며 안정화를 이루어갔다. 하지만 교묘하게 스며든 인간의 흔적은 빠르게 균열을 내고 있다.
8장 종을 잃다 와 9장 연약한 실
의 내용이 어쩌면 저자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호모사피엔스는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은 동물이다.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은 소비자다. 혹시 우리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 규칙에서 예외라고 생각하는가? (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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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연구할수록 흥미롭게도 그 답은 점점 인간으로, 인간이 무엇을 하는지로 귀결되었다. 인류는 자연계를 뒷받침하는 모든 메커니즘에 교묘하게 스며들었다. 이제 나방 덫의 내용물을 결정하는 모든 생태학적 과정의 주요 기여자는 바로 우리다. (375쪽)
개체군, 군집, 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답을 미리 말해주자면, 우리 인간일 것이다. (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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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