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헝겊 지우개를 한번 들었다가제자리에 놓았지. 언제나처럼 나에게서 멀리 이불을 펴고 누웠다가 가만가만 무릎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지. 잠든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나는 정말로 눈을 꼭 감았지. 누나가 내 이마를 한번, 뺨을 한번 쓰다듬곤 이부자리로 돌아갔어. 좀 전에 들렸던 웃음소리가 어둠속에서 다시 들렸어. 한숨처럼 낮게 한번, 잠시 뒤 소리내어 한번 더. - P55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음에 담아둔 것을 내보이는 데 한없이 서투른 사람, 그렇지만 마음속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사람.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닙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P173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21
나중에 친정 부모님 제사도 이렇게 지내면 좋겠다 싶다. 다 먹지도 못할 기름진 음식들 장보고 준비하고 두번절하는게 아니라 떠난분을 추억하면서 떠올리는 것 진정한 의미의 추모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