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비로소 알아차렸다. 내가 깊이 바라왔던 게 있다는 것을. J. 이거였다. 내게 절실히 필요한 것. 그래서내가 기다려왔던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모양, 이런 곡선이었다는 진실을 그 순간 섬광처럼 깨달았다.
나는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한 삼으며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내릴 수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P95

나는 여태껏 팀장은 실무자들이 정리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해왔다. 들어오기 쉬울때 입사해서 운 좋게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고. 멍청하다고, 멍청하고 게으르다고. 그런 그를 내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팀장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팀장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잘 모르는척하면서 온갖 책임과 실무를 아랫사람들한테 떠넘기고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회사를 편하게 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꾀쟁이는 내가 아니라 팀장인 게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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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 - P140

한동안 민식은 잠든 엄마의 모습을, 검은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조그마한 여인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엄마를 들어 안방으로 향했다. 엄마의 몸은 가벼웠고 아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 P190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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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그제야 선숙은 자신이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는 듣지 않았다. 언제나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내가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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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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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은 너무 귀한 사건이라는게 너의 생각이잖아. 그렇다면 그 여자도 어떻게든 생을 더 연장해가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행운을 누렸다면 마땅히 윤리도 갖춰야 해. 세상의 고통을 줄이려 노력해야지. 하지만 그여자는 세상에 넘쳐나는 고통의 총량을 더 늘리기만 했어. 우리는 모두 그 여자 때문에, 태어난 걸저주해야만 했어. 그런의식이라면 소멸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아. 어쩌면 그 자신에게도 그 자신으로 태어난 게 가장 큰 잘못인데, 그 여자는 그걸 몰랐어. 다 남의 탓으로 돌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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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는 내 바다야."
"그러면 나도 여기에 있을게요."
"아니야, 너는 네바다를 찾으러가야지.치쿠가 얘기한 파란색 지평선을 찾아서."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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