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비로소 알아차렸다. 내가 깊이 바라왔던 게 있다는 것을. J. 이거였다. 내게 절실히 필요한 것. 그래서내가 기다려왔던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모양, 이런 곡선이었다는 진실을 그 순간 섬광처럼 깨달았다.
나는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한 삼으며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내릴 수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 P95

나는 여태껏 팀장은 실무자들이 정리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해왔다. 들어오기 쉬울때 입사해서 운 좋게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고. 멍청하다고, 멍청하고 게으르다고. 그런 그를 내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팀장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팀장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잘 모르는척하면서 온갖 책임과 실무를 아랫사람들한테 떠넘기고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회사를 편하게 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꾀쟁이는 내가 아니라 팀장인 게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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