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웅 보름달문고 41
장주식 지음, 양상용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P. 93

몇 년간 이어진 전쟁의 한복판에서 벼농사를 짓던 농부의 모습

 

나는 전쟁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전쟁의 기록을 보고 당시의 아픔을 마음에 새길 뿐이다.

내가 사는 오늘은 전쟁이란 단어가 낯설다. 물론 아직도 세계 어느 곳에서는 총과 피가 상장인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내 눈과 마음에 담기엔 뭔가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오늘도 두 개의 코리아인 것이 현실이다.

세계지도에서 쉬이 찾아지지 않은 작은 영토가 두 개로 나뉜지도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픔은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서히 전쟁의 기억을 잊어가고만 있다. 이따금씩 뉴스에서 들려오는 이산가족 만남 소식이 아직도 우리가 분단 국가 인 것을 각인시켜주긴 하지만_

 

<원사웅>은 전쟁이 배경이 되는 도서다.

책 속에서는 칠년이란 시간동안 전쟁이 이어졌다.

전쟁이란 이름 앞에서 호미를 들고 부지런히 밭을 일구던 농부의 손에는 활과 창이 쥐어졌고 농부에 의해 기름졌던 농토는 황무지로 변해만 갔다.

책의 말미에 전쟁이 끝나긴 했지만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 누구를 위한 승리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선뜻 어떤 대답을 꺼내기가 어렵다.

욕심없이 땅을 일구고 자식을 키우고 나이 들어가기를 바랐던 평범한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귀한 목숨을 잃어야했다.

전쟁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전쟁의 기록에서 그들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이름없이 농부, 작은쇠, 큰쇠 등의 누군가로만 기억되고 기록될 뿐.

이름없이 가난한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그들의 삶이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가진 자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것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가난과 목숨을 담보로 전쟁에 임해야만 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부유한 사람들의 삶의 차이는 여전한 것만 같았다.

제 몸 숨기기에만 급급한 벼슬아치와 가진 자들의 모습은 책으로 마주하기에도 불편한 진실인 것만 같아서.

 

조선통제사를 아비로 둔 사웅.

책 속의 사웅은 평범한 사람으로 조용히 주어진 삶을 살고자 했던 젊은이였다.

전쟁으로 인해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아파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_

소리없이 가만히 아래로 흘러가는 삶을 살고자 했던 사웅의 바람이 이름없이 죽어간 많은 이들의 바람인 듯도 하여 헛헛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제 자리에서 묵묵하게 물 같은 삶을 살.아.갔.던. 이들의 일생이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에 별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하니 하늘에 별이 빛나는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들이 바다에서 검은 물살을 가르며 품었던 희망이 밤하늘 가득 빛날 수 있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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