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 문학동네 동시집 16
신현득 지음, 전미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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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책_

 

동시집과 마주할 때면 유난히도 글에 온기가 느껴진다.

특별히 화려한 문장이 있다거나 곱게 쓴 문체가 아닌데도 꾸미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고나 할까.

동시집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만 치부해왔는데 아직 완벽한 어른이 되지 못한 내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몽당 연필도 주소가 있다>를 마주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할머니에게 늘 큰 강아지, 작은 강아지로 불리우는 손자들을 만났다.

부모에게는 자식이 나이를 먹어도 항상 어리게만 보인다는 말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져지기도 했다.

또한 책 속에서 닳고 닳은 보잘 것 없는 몽당 연필과도 인사를 나눴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하고 작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글이 되고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엉덩이와 무릎이 닳고 구멍난 양말을 엄마의 솜씨껏 기워 입히던, 운동화나 고무신도 기워 신기를 반복하던 시절, 호랑이와 도깨비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시던 할아버지가 있는 풍경...

지금은 쉬이 찾기 어려워서 아련한 시간들이 책 속에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풍경을 상상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것, 모든 시간이 한 편의 동시 속 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사물은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하고 있으므로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한 눈으로 보면 이 한 권의 책은 사랑을 노래한 시집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다른 생김새 다른 생각, 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도 숨쉬고 살아가듯, 이름 붙여진 사물이나 혹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시집을 읽는 내 손도 바빠지고 내 마음도 뜨거워졌다.

글 속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꽤 오래동안 지속될 것 같다.

 

 

p. 56

기운 옷 -이것도 할아버지 어렸을 적 얘기

 

 

옷은 엉덩이, 무릎이 먼저 닳았지

소매 끝, 팔꿈치가 다음이었어. 이걸

 

바늘로 박음질로 기워 입다가

드르르륵, 빨리 깁는 재봉틀이 나왔지

 

우릴 가르치는 선생님도

칠판에 쓰시느라 돌아설 때면

바자 뒤쪽에

달팽이꼴로 기운 실 자국

 

선생님도 기워 입는데

우리야 어때?

 

예쁘게 기운 옷은 자랑이었지

어머니의 솜씨 자랑

 

양말도 예쁘게 신고  다녔지

고무신도 운동화도 기워 신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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