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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국어사전 -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비판 ㅣ 뿌리와이파리 한글날
박일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10월
평점 :
이토록 허술하고 오류투성이인 국어사전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어사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7
작업을 하는 동안 내 페이스북 계정에 짤막하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글을 올렸더니, 기자이면서 우리말 관련 책을 낸 어떤 이가 자신은 그동안 ‘표준국어대사전’에서 3,000개의 오류를 찾아냈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닐 거라는 짐작에 나의 절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 7
살면서 한 번쯤은 국어사전을 펼쳐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인터넷에 모르는 말을 검색해봤을 수도 있겠다. 그때 뜻풀이를 보면서 뜻에 나온 단어를 몰라 다른 단어를 찾거나 뜻풀이에 나온 단어가 검색해도 안 나오는 등의 문제를 겪어본 적이 없는가?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글쓴이는 시를 썼고 우리말을 다룬 책을 여러 권 낸 ‘남들보다 국어사전을 뒤적일 기회가 많았’던 국어 교사다. 그렇게 국어사전을 보면서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 자세히 살펴봤더니 ‘부끄럽고 창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친 국어사전’이라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의 이 책을, 그 부끄럽고 창피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고쳐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이 ‘우리말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의 숨결 속에 살아 있는 국어사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글쓴이는 첫머리에서 말하고 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더 이해하기 쉬운 말이 있음에도 굳이 한자로 뜻을 적는다던가
[표준대국어사전 => 액세서리 : 복장의 조화를 도모하는 장식품. '노리개', '장식물', '치렛감'으로 순화.
다음한국어사전 => 액세서리 : 몸치장을 하는데 쓰는 여러가지 물건.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브로치따위가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뜻을 찾으러 산 넘고 물 건너야 한다든가
[책을 읽다가 '호박무늬'라는 말이 나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호박무늬(琥珀--) : 호박단의 무늬
이제 호박단을 찾아야 한다.
호박단(琥珀緞) : = 태피터
태피터(taffeta) : 광택이 있는 얇은 평직 견직물. 여성복이나 양복 안감, 넥타이, 리본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
≒ 호박단
평직과 견직물을 또 찾아야 할까? 그건 차치하고라도 '태피터'까지 찾았지만 그래도 호박무늬가 어떤 모양의 무늬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 50]
뜻을 이해하기 어렵게 풀거나 아예 잘못 풀었거나[게장을 염장한 게를 간장에 숙성해서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뜻풀이나 예문에는 있는데 표제어에는 없거나[모병제, 모음집, 수상작 등], 누구나 다 쓰거나 옛날 말을 신어(新語)라고 해놓는 등[건축학자, 게시글, 마트 등 누구나 다 쓰는 말이며 주궁(임금이나 왕이 주로 거처하는 궁궐)이나 생각시(나이 어린 궁녀)는 옛날말이다.] 이게 정말 국가가 주도해 만든 국어사전인가 싶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 책에 나오는 문제도 너무 많아 다 말하기 어려운데, 글쓴이는 너무 많아 책에 다 담지 못했다고 한다. 목차만 봐도 이게 제대로 된 국어사전인지 의심이 갈 것이다.
국어사전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쓰는 국어에 대한 사전이다. 국어사전이 규칙을 정하고 따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쓰는 말이 바뀜에 따라 국어사전도 변해야 한다. 언어는 계속 바뀌는데 사전은 그대로라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다. 표준대국어사전에서 모르는 말의 뜻을 찾다 의문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의문에 대해서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뿐더러 표준국어대사전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의 표준대국어사전 기준은 2015년 8월 10일이라 지금과는 약간 다를 수 있다.
* 국어사전의 오류를 지적하는 책에 오타와 누락이 있는 건 아쉽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내뱉는 소리가 어느 말의 뜻인지가
빠져있다(제5장 신어의 문제, 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