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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평점 :

“나는 인생을 축제처럼 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기로 했다.”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가 된
최초의 한국인 정신과 의사,
천 번의 죽음과 천 번의 삶을 기록하다
이 책은 좋은 삶과 죽음을 위해서는 따뜻한 외투(clock, 라틴어로 완화palliation의 뜻을 포함)가 필요하다는 완화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혈혈단신 여성으로서 미국에 가서 13년간 정신과 전문의이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로서 활동해온 저자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그들의 마음과 그리고 너무도 다른 각기 삶과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고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책이다. 그래선지 이 책은 좋은 삶과 죽음에 대한 키워드 위주로 총 34개의 글이 쓰여져 있는데 그때마다 서로 다른 상담 사례를 가져와 소개하고 거기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등 끝맺음을 하고 있는 저자의 얘기가 매우 교훈적이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 마치 자기계발서와 같은 에세이 글이라 하겠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2010년 어느 날 혀에 생긴 암으로 인해 혀를 잃은 남자를 치료하게 되면서 그가 겪고 있는 죽고 싶을 만큼의 큰 고통을 해결해 주게 된다(1년여의 세월이 흘러 잃어버린 미각 대신 후각을 통해 음식 맛을 느끼고, 혀 대신 목의 다른 근육들을 통해 말하는 법을 배우는 등). 그리고 그 환자가 1년여의 세월이 마치 ‘한 권의 책’과 같았다는 그 말을 들으면서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을 위해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호스피스 의사가 되는 과정과 그곳에서 한국인 환자를 치유하는 얘기.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과 약을 먹는 얘기. ‘눈물이 멈추지 않는’ 30대 초반의 혈액암 남자 환자를 통해 본 암 치료와 관련된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 여자 혼자의 몸으로 외로움과 고립이라는 타국 생활로부터 벗어나 행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당신이 함께여야만 하는 이유’ 얘기. 거울을 보면 낯선 노인이 앞에 서 있다며 두경부암 치료를 하게 되는 거울 속에 사는 낯선 노인 얘기. ‘상실’과 관련한 세 가지 기준을 통해 알게 되는 덜 아픈 이별, 가능할까요? 등등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호스피스 생활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 위주로 1장_ 죽음을 공부하는 의사에 담아놓고 있다. 저자의 앞만 보고 달려가는 모습과 열정이 돋보이는 부문이다.

2장_ 남은 삶이 단 하루라도 후회 없이 살기 위하여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얘기 위주로 펼쳐진다. ‘자의 퇴원’을 원하는 노년의 한 여성 환자의 ‘생명의 연장’보다는 ‘삶의 질’ 회복과 좋은 죽음과 관련된 이제 치료는 그만 받겠습니다 얘기. 더 이상 시도해볼 치료제가 없는 경우 병과의 이별이 아닌 동행, 병의 완치가 아닌 고통의 완화, 의료의 주체가 병이 아닌 사람으로 변한다는 지금, 살 만한 삶인가요 얘기. 쓸데없는(futility) 치료와 관련된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 얘기를 통해 얻게 되는 교훈 무의미한 치료는 있지만 무의미한 돌봄은 없다는 얘기. 급성 간부전으로 죽음을 앞둔 30대 초반의 제니퍼에게서 알게 된 의사가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 존엄사와 안락사 등 좋은 죽음과 관련된 ‘오리건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라는 다큐멘터리 소개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내가 결정하겠습니다 얘기. 담낭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아들과 나누는 대화. 죽음의 공포 극복 얘기와 이를 지켜볼 용기에 대한 얘기. 초보자를 위한 죽음 안내서. 일본의 작은 바닷가 마을 오추치에 있는 특별한 공중전화 부스와 관련된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얘기. 80대 은발의 캐서린이 남편을 잃고서 상실의 고통을 수용해 나가는 애도와 관련된 사랑의 크기, 애도의 무게 얘기 등등이 잔잔하게 소개된다.
3장_ 아프고도 힘들어도, 그래도 삶에서는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기타 얘기로서 완치될 수 없는 병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신의 삶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뇌성마비를 갖고 태어난 스물여섯 살의 엘리자베스 보비아가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멈추기 위해 재판까지 해놓고는 거꾸로 좋은 삶은 선택하는 얘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진료도 화상전화나 일반전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생애 첫 정신과 방문을 앞둔 당신에게 긴장하지 말고 진솔하게 전해보라는 얘기. 현실을 부정하고픈 딜런이라는 청년의 현실 부정과 이를 극복해 가는 어느 청년 암 환자의 얘기. 어느 중년 여성의 치료가 끝난 다음에 발생하는 고통을 해결해 준 얘기. 베트남전 참전 노년 백인 남성의 부정맥과 관련된 치료와 죽음을 담은 완치될 수 없는 병과 함께 사는 사람들 얘기. 조울증과 불안장애를 안고 사는 스무 살의 제니가 가족역으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가져야 할 마음자세와 관련된 당신 인생의 필연적 결말 얘기. 행복에 대한 다양한 길을 제시하는 일론 머스크는 행복할까 얘기. 미국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의 브리아처럼 코마 상태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렇게라도 살아가게 하라는 악몽 같은 현재를 살고 있다면 얘기. 췌장암은 치명적 암이라면서 환자 스스로의 귀로 듣고 자각하도록 두는 편이 낫다며 너와 나를 돕는 위로의 기술 얘기 등등이 소개된다.
이처럼 저자는 상담을 하면서 체득하게 된 각종 사례를 가져와 좋은 삶과 좋은 죽음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생뚱맞은 얘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열 명 중 한두 명은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죽음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갑자기 나에게도 다가올 수 있는 상황 즉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죽음이 얼마 남지 않게 되거나, 죽음이 임박하지 않았더라도 만성질환으로 인해 죽음의 공포를 느끼거나, 암에 걸려 있거나, 걸린 적이 있어서 재발의 두려움을 안고 살거나, 가까운 이의 자살을 보고 나서 자신의 자살까지 생각해보거나, 그들의 곁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지 몰라 걱정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고통받고 있거나, 그 외에도 언젠가 맞이할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결말을 알고 있기에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면 특히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분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느 자기계발서 못지않게 짜임새 있게 매우 잘 쓰여진 책이다. 용기 있는 저자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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