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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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격차가 아니라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격차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순히 임금의 격차가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의격차다. 변호사·의사와 삼성전자·우리은행 직원의 생활세계 내 격차는 크지 않지만, 그들과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의 격차는 감히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넓고도 깊다. 20대가 계급 불평등을 경험한다면 현대판 부르주아지인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불평등인 것이다. - P9

20대 집단 내부의 격차는 ‘능력‘의 격차로 포장된 ‘결과‘의 격차이면서, 동시에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계층‘의 격차다. 결국 20대의 격차는 부모 세대인 50대의 격차가 그대로 세습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10

결국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지적은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60년대생이 대학(특히 명문대)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수출 대기업의 급성장과 그로 인한 노동소득 증가·자산 가격 급등에 힘입어 세습 중산층의 1세대를 이루었다면, 90년대생은 그들의 교육 투자로 만들어진 세습 중산층의 2세대다.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본질은 부모 세대인 50대 중산층이 학력(정확히는 학벌)과 노동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그들의 자녀에게도 동일한 학력과 노동시장 지위를 물려주는 데 있다. 세습 중산층의 자녀가 ‘번듯한 일자리‘를 독식하는 게 2019년의 20대가 1999년 또는 2009년의 20대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심화된 ‘격차 고정‘은 결혼, 주택 등 생애주기에서의 기회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혼과 주택 문제는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격차 심화의 결과이면서 그와 동시에 - P12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90년대생‘은 출신 학교, 직업, 소득, 자산 나아가 결혼 등의 사회적·문화적 경험에 이르기까지 다중의 불평등을 경험한다. 그들에게 불평등은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불평등 확대와 격차 고정 상황에서 겪는 경험의 이질성은 정치·사회 인식에 영향을 미쳐 ‘계급의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그들은 ‘세대‘로 묶을 수 있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다. 굳이 세대론의 용어를 사용해 이들을 규정짓자면 ‘초격차 세대‘가 어울릴 것이다. - P13

불공정·불평등에 대한 인식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성별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남성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일수록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성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층일수록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진보적 성향을 띤다. 20대 남녀 간 정치적 양극화는 중산층 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 가능성이 없는 하위 90퍼센트에 속한 20대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모 세대인 50대를 불신하는 것이다. 그들이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남성의 진보 담론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20대, 특히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게 아니라 비당파화apartisan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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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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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가 있고, 사회라는 게 있다. 지금도 여성에게 달린 가부장제의 족쇄가 이렇게 많은데, 10년 전, 20년 전에는 그 족쇄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엄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니그 맥락이 보인다. 이제는 알겠다. 엄마가 나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포기했고 무엇을 감수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용감했는지 말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엄마를 알아주기로 했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호칭을 붙여 주는 일이다. 엄마는 그간 가족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 나는 여기에 대항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다고, 아니 살렸다고, 그녀의 노동이 ‘
었더라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엄마는 우리 가족의 생계부양자였으며, 진정한 가장이었다고 말이다. - P16

그러나 밀려난 자리에서 삶의 전환을 꾀하고, 다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야 말로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성들을 자꾸 변방으로 몰아낸다. 여자라서 공부를 더 시키지 않고, 여자라서 저임금의 노동을 맡기며, 여자라서 무급으로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하는 것을 사회는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여자들은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밀쳐졌다가도 튕겨 오르고, 순응했다가 반발한다. 원망과 증오, 사랑으로 불타올랐다가 체념과 무기력으로 가라앉는다. 실눈을 뜨고 때를 기다린다. 다양한 삶의 전략을 구사하며 성큼성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삶의 길 위에서 그녀들 하나하나가 적극적인 플레이어이며, 역사의 주인공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남은 여자는 누구나 강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밀려난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 P249

이 책은 영선 씨만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녀의 곁에는 늘 여성들이 있었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함께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 공동체를 위해 일하던 부녀회 친구들, 한복 학원을 같이 다녔던 동기들, 물류 창고에서 함께 먼지를 뒤집어쓰던 여성 노동자들, 요양보호사로 매일 육체의 한계를 시험당하던 중년의 여성들 말이다. 그녀들 하나하나를 생계부양자로 호명해 주고 싶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당신들에게 별처럼 높이 떠오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살아내고 딸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준 당신들에게 후배 여성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전히 여성은 남성이 시급 1만 원을 받을 때 6300원을 받으며 살아간다. 과연 여성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략적으로 또 연대하며 살아갈 것이다. 어머니 세대, 당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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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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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질문과 더불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회사를 다니시면서 어떻게 소설을 두 권이나 쓰셨나요?"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도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고 (약간 겸손한 표정으로) 대답하곤 했지만, 실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게 - P203

있어서 회사 생활과 글쓰기는 마치 세트상품 같은 일이었다는 것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회사 생활의 다른 모든 업무와 다를 바 없는 ‘노동‘이지만, 실은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일종의 ‘존재 증명‘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모적으로 남의 일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내 목소리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 수면장애를 앓으며 쪽잠을 자면서도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의 현실을 버티게 해주었다. - P204

나는 내 몸을 긍정하지 않는다. 부정하지도 않는다. - P231

다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작가로 막 데뷔한 시기에는 질겁하던 부하게 나온 사진도 요즘은 그냥 그렇구나 한다. 이전에 나는 나 자신의 몸과 정신이 고유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레귤러핏 블루진이 될 수 없음에 자주 절망해왔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변화가, 나의 무뎌짐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운동하는 것을 알리지는 않는다. 운동을 한다고 하면, 심지어 웨이트트레이닝을 배우기까지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종의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할 때면 나는 다소 방어적인 미소를 지으며, 오직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생존 운동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애초에 그토록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밤 굶고 자야지 다짐하면서도 폭식을 일삼지는 않겠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기성복이 무엇인지, 레귤 - P232

러핏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채로 나의 인생은 오늘도 똑같이 흘러간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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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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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모든 게 편해졌다. 아무렇지도 않다.
거짓말이다.
정말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초연한 사람이 이렇게 주절주절 많은 생각을 늘어놓을 리가 없지.
놀부 같은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실은 나는 조금 소심하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다. 단지 글쓰기가 본업이며 회사 일이 부업이라는 마음을 갖기로 했을 뿐이다. 결심은 결심일 뿐이고 성격은 또 성격이라, 눈치는 눈치대로 다 보면서도 기어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야 만다. 상상도 못할 만큼의 내적 에너지를 써가며…. - P22

아 정말 죽고 싶다. 남들 보라고 책을 써서 출판까지 해놓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유난스럽다는 것 정도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 글은 그야말로 내 마음의 전시장이고, 내이 쑥대밭 같고 전쟁터 같은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거 - P37

아니겠어? 간파당하지 않겠다, 절대로 내 진심이나 적의 같은 것을 들키지 않겠다, 그저 쉬이 잊히는 존재로 이곳에 정물처럼 머무르다가 어느 날 불현듯 사라져버리겠다, 다시금 마음먹으며 나는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P38

다만 나는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작가가 되었고, 내 책을 가지게 되었고, 내 글을 실을 지면을 얻게 되었으나, 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나의 일상을 가꾸는 방법, 내가 나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믿음을 완벽하게 잃어버렸다. - P100

어쩌면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작가인 것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작가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매일 같은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나를 파악하고,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내가 그것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올까 봐. - P107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내 글을 읽히고 싶은 욕망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싶다는 욕망, 이 두 가지 모순된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나는 지난 3년간 조금씩 나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어왔다. 온몸으로 과잉된 자의식을 내뿜으며 말이다. - P108

나는 매일 싸우는 것처럼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과,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말이다. - P135

한없이 나 자신이고 싶어서,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더 열심히 글을 쓸수록, 더 최선을 다해 노력할수록 오히려 내가 원하는 삶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 때의 성취감이나 행복감은 금세 휘발됐고,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내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이 결정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막연히 꿈꿔왔던 삶을 이뤄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모든 게 다 무기력하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 P151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나는 30대가 되었고, 이제는 정말로 그 꿈이라는 것을 이뤄 별 볼 일 없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도 갖게 되었고, 여전히 가난하지만 간신히 내 밥벌이는 하며 이곳에 당도하였다. 돈이 좋다. 돈이 좋고 꿈이 좋은데, 스무 살 때 봤던 그 불빛과 이 불빛이 도저히 같은 불빛일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나는 또다시 그때의 나로 돌아간 것만 같다. 영원히 이렇게 높은 곳에서 불빛을 보고 싶은데, 아직은 더, 더 할 말이 많이 남은 것 같고, 더 정확히 표현해야만 하는 감정들이 남아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야 하는 거겠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사는 이 모습 그대로의 삶을 앞으로 이어나가면 되는 거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서른둘의 나 - P160

는 이제 무엇을 꿈꾸고 어느 곳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 P161

실은 얼마 전까지 내게 있어서 이런 모습의 사진이 박제되는 것만큼 큰 공포는 없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고 나니 사실 별로 감흥이 없다. 때때로 내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댓글이 달려도 생각보다 타격이 없다.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돼서? 아니면 원치 않은 모습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의 내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결과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면하고 싶을지언정 지금의 내 현실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매일 밤 나를 단죄해왔던 죄책감과 폭식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하루에 한 발짝씩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면 언젠가는 정 - P170

말, 굶고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어도 어쩔 수 없겠지만….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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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해릴린 루소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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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단한 이유를 말해주겠다. 그건 내가 온갖 장벽, 바리케이드, 그러니까 당신들이 뭔가를ㅡ아마도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ㅡ을 피하기 위해 당신과 나 사이에 둘러치는 몹쓸 것들을 다 참고 견 - P56

디면서 동시에 제때 집세를 내고 다크초콜릿도 음미하는 삶을 누리고 있어서다. 용기 없는 사람은 견디지 못할 삶이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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