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질문과 더불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회사를 다니시면서 어떻게 소설을 두 권이나 쓰셨나요?"이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도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고 (약간 겸손한 표정으로) 대답하곤 했지만, 실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게 - P203
있어서 회사 생활과 글쓰기는 마치 세트상품 같은 일이었다는 것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회사 생활의 다른 모든 업무와 다를 바 없는 ‘노동‘이지만, 실은 나는 글쓰기를 통해 일종의 ‘존재 증명‘을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모적으로 남의 일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내 목소리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그 감각이, 수면장애를 앓으며 쪽잠을 자면서도 계속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의 현실을 버티게 해주었다. - P204
나는 내 몸을 긍정하지 않는다. 부정하지도 않는다. - P231
다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작가로 막 데뷔한 시기에는 질겁하던 부하게 나온 사진도 요즘은 그냥 그렇구나 한다. 이전에 나는 나 자신의 몸과 정신이 고유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나 스스로가 레귤러핏 블루진이 될 수 없음에 자주 절망해왔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변화가, 나의 무뎌짐이 싫지도 좋지도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내가 운동하는 것을 알리지는 않는다. 운동을 한다고 하면, 심지어 웨이트트레이닝을 배우기까지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모종의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할 때면 나는 다소 방어적인 미소를 지으며, 오직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생존 운동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애초에 그토록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밤 굶고 자야지 다짐하면서도 폭식을 일삼지는 않겠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기성복이 무엇인지, 레귤 - P232
러핏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채로 나의 인생은 오늘도 똑같이 흘러간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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