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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인생 수업 - 세기의 지성이 건네는 24가지 지혜
성기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남긴 솔직한 리뷰입니다.
봄에 정원에 심을 꽃을 산다. 연보라색 프록스, 살구빛 버베나, 노랑 톱풀, 화이트 종이꽃. 내가 좋아하는 칼라 구성이다. 흙을 파내고 화분을 털어 꽃을 심는 일.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꽃들의 성질을 이해하는 일이다. 어떤 꽃은 물을 좋아하고 어떤 꽃은 적당히 필요로 하니, 매일 똑같이 물을 준다면 그 중 하나는 시들거리다 죽을 수 있다.
옆집과의 경계면에 새로 화단을 만들면서 심고 싶은 것들을 배려 없이 마구 심었다. 여기서 배려가 없다는 말은 식물에게 그랬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파니쿰이라는 그라스는 키 1.2m, 폭 60~90cm 정도다. 자라면서 차지할 면적을 계산해 여백을 두고 심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지 않고 욕심이 나는 대로 심었다. 파니쿰에 붙여서 오이풀도 심고 꼬리풀도 심고. 작은 정글을 만들고 말았다.
"러셀이 보기에 지식이 없는 사랑은 무력하고, 사랑이 없는 지식은 파괴적이었다."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면 그 대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파니쿰이 차지할 폭을, 종이꽃이 싫어하는 과습을. 러셀은 이것을 사랑과 삶에도 적용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만큼 삶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상식이라고 통용되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습관대로 살고, 기존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지식 없는 사랑'이다. 꽃을 욕망으로만 심으면 화단은 망가진다. 삶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러셀의 삶과 사상을 다섯 개의 축으로 정리한다. 사랑을 갈망하고, 지식을 탐하고, 자녀를 제대로 교육하고, 불행의 뿌리를 제거하고, 마침내 행복을 정복하는 것. 러셀의 언어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 다섯 개의 축이 연인의 사랑에서 시작해 인류에 대한 연민으로 끝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가 말하는 행복은 자기만의 성이 아니었다. 타인에게로, 세계로 열린 채 나아가는 것.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 러셀은 불행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는 데서 찾았다. 그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행복의 출발점이었다.
러셀은 1차대전 반전 운동을 하다 투옥되었고, 반핵 시위로 다시 감옥에 갔다. 그때 그의 나이 89세였다. 영국 귀족 작위를 가졌으며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수많은 글을 써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안주하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그는 책상을 떠났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파괴적이라고 썼던 그 사람답게.
그의 자서전 서문에는 이렇게 써있다고 한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 그것은 삶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우리가 이 좋은 계절 책을 펼치는 이유도 그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