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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헬스장에는 '기부천사'들의 명단이 확정되고 호기롭게 주문한 영어 교재에는 라면 국물 자국만 훈장처럼 남을 시기다. 구차하게 변명해 보자면 이제 내 이야기는 아니다. 목표를 이루고 있냐고 묻는다면, 애초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노라 답하겠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 책 한 권을 폈다 덮는 소소한 행위, 그것이 나의 유일하고도 작은 계획이다.
물론 십 년 된 이 습관도 거저 얻은 건 아니다. 처음엔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우며, 핸드폰으로 돌아가는 눈을 '딱 1페이지만 더'라는 주문으로 붙잡아야 했다.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를 읽으며 비로소 그때의 고군분투가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 이해했다.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내 뇌가 변화라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슈테판 클라인에 따르면, 우리 뇌는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려는 ‘가성비 중독자’다. 뇌 입장에서 새로운 변화는 에너지를 퍼부어야 하는 ‘고위험 투자’다. 10년 전 내가 책을 펴려 할 때마다 뇌는 "이건 에너지 낭비야! 그냥 하던 대로 핸드폰이나 봐!"라며 나를 유혹했던 것이다.
작가는 서두에서 몬트세랫의 화산 폭발 이야기를 꺼낸다. 마을이 섭씨 600도의 용암에 뒤덮이는데도, 구조된 주민들은 기어이 살던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묻는다. 우리의 모습은 그들과 정말 다른가? 운동이 좋은 걸 알면서도 소파와 한 몸이 되고, 술과 담배가 수명을 갉아먹음을 알면서도 잔을 채운다. 뇌는 '옳은 길'보다 '익숙한 길'을 편안해하기에,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 역시 각자의 화산을 품고 사는 몬트세랫 주민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다이어트에 실패했다고 자책하며 닭다리를 뜯던 손을 탓할 필요는 없겠다. 내 손과 입은 잘못이 없다. 그저 뇌가 ‘현상 유지’라는 가성비 경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니까. 뇌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이미 머릿속에 짜놓은 각본대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예측부호화(Predictive Coding)’ 본능이 있다. 저자는 외계인 추종자들의 사례나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 등을 통해 우리를 기만하는 인지적 오류들을 해부한다. 결국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의지의 결핍이 아니라,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 같은 ‘이성의 함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생 이 고집불통 뇌의 노예로 살아야 할까? 작가는 ‘넛징(Nudging)’과 ‘시스템’이라는 희망의 밧줄을 던져준다.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의지력을 믿는 대신, 부하들의 귀를 막고 자신을 돛대에 밧줄로 꽁꽁 묶게 했다. 노래가 들려오자 그는 줄을 풀라고 울부짖었지만, 미리 설계해둔 시스템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10년 전 내가 꾸역꾸역 책 앞에 앉았던 시간들도 사실 나를 독서라는 돛대에 묶어둔 ‘방구석 오디세우스’적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토록 변하기 힘든 존재인지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변화는 내 뇌와의 싸움이 아니라, 뇌의 본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함께 걸어가는 과정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