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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계절을 기억한다
양창순 지음 / 김영사 / 2025년 12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마음의 날씨는 예측불가이다. 아침에는 설레는 봄이었다가 오후가 되면 갑자기 시린 겨울의 우울 속으로 침잠해버리곤 한다. 내 마음임에도 통제할 수 없고 제멋대로 날뛰는 변덕 앞에서 우리는 종종 무력해진다.
친구와의 수다, 카페에서의 독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우리에게는 마음의 소란을 잠재울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일시적일 뿐이다. 돌아서 다시 가슴 한구석이 허기진다면, 이제는 내 마음의 상태를 보다 근본적으로 다스릴 '제철 레시피'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양창순 박사는 『마음은 계절을 기억한다』에서 무질서하게 요동치는 우리 마음을 사계절의 순리라는 틀 안으로 가져온다. 저자가 제시하는 28가지 마음가짐은 봄·여름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가을·겨울의 수렴하는 지혜로 나뉜다.
사실 "사계절이 있어 아름답다"는 말에 이제 동의하기 힘들다. 계절마다 바뀌는 기온에 몸을 적응시키고, 옷가지와 살림을 챙겨야 하는 현실적인 피로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나라가 삶의 효율 면에서는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영역만큼은 이 번거로운 순환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는 에너지가 흐르는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만약 1년 내내 뜨거운 여름만 계속된다면 땅은 사막이 되고 식물은 타 죽고 말 것이다. 우리 마음도 늘 열정적이고 바쁘기만 하면 결국 번아웃에 이른다. 에너지를 내뿜는 봄·여름이 있다면, 반드시 에너지를 비축하며 멈추고 비우는 가을·겨울의 시간이 순환의 고리 안에 있어야 한다.
결국 순환한다는 것은 지금 내게 찾아온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수용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불안이나 우울이 찾아오면 "이게 왜 안 없어지지?"라며 저항하지만, 그 감정을 밀어내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마음을 그 자리에 붙들어 매게 만든다. 감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하며 붙들고 있는 사이, 마음의 계절은 흐름을 멈추고 답답한 응어리로 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감정을 겨울이라고 인정하고 흘러가게 두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고통이 끝이 아니라 순환의 한 마디임을 믿는 것, 즉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는 자연의 법칙을 신뢰하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열쇠가 된다. (다만 겨울이 너무 길어지거나 혹독하다면, 그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마음을 돌보는 한 방법이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음먹기란 내 마음의 날씨를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지금 지나는 계절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양분을 섭취하는 일이다. 제멋대로 날뛰던 마음의 날씨가 자연스러운 순환의 마디를 회복할 때, 우리 안의 생명력은 정체된 시간을 지나 다시금 흐를 수 있다.